롯데가 동대문 상권에 진출한다. 대형 유통기업이 동대문 상권에 문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 외국계 제조유통일괄형 의류(SPA) 브랜드 공세에 밀려 쇠락해가다 재기를 노리고 있는 '동대문 패션제국'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자산개발은 옛 '동대문 패션TV' 건물을 재단장한 쇼핑몰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을 31일 개점한다고 밝혔다. 이 쇼핑몰은 준공 뒤 비어있던 건물을 롯데가 2011년 일괄 임대한 후 2년 만에 문을 여는 것으로, 지하3층~지상8층에 영업면적 약 1만9,100㎡ 규모로 180여개 브랜드가 들어선다.
롯데피트인은 백화점이나 기존 동대문 쇼핑몰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로 운영된다. 우선 상품 측면에서 백화점이 고가 브랜드 위주, 동대문 쇼핑몰이 도매시장 사입(상품구매)으로 이뤄져 있는 것에 반해 디자인과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꾸몄다. 동대문에서 배출한 신진 디자이너를 비롯해 이상복, 진태옥, 홍미화 등 국내 최정상급 디자이너들도 입점한다. 전체 140개 패션브랜드 가운데 디자이너 브랜드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상권의 특성을 살렸다. 이외에도 일반 의류, 스포츠 브랜드, 고가 수입 브랜드도 입점시켰다.
운영방식과 서비스는 백화점식이다. 다른 동대문 패션상가들이 분양형태로 운영되는 것에 비해, 이 쇼핑몰은 백화점과 같이 매출수수료를 받는다. 다만 수수료율은 백화점(30%)보다 낮게 책정했다. 또 가격정찰제와 직원들의 서비스 교육도 강화하는 한편 매장을 기존 쇼핑몰보다 2배씩 넓혔다.
사실 롯데가 폐허 상태였던 건물을 전면 리뉴얼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1,500여명의 분양권자들과 직접 협상하고, 디자이너들을 설득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롯데측은 싱가포르와 도쿄, 오사카에서 'K패션' 전문관을 만들기 위해 입점 타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는 개점 하루 앞서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로서, 내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개장하면 동대문 상권은 더욱 활성화 할 것"이라며 "피트인이 명실상부한 K패션의 원류로서 출발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투자실패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분양권자들이 고정 임대수익을 확보해 손실을 보전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첫해 매출 목표는 1,300억원 정도이고, 10년후에는 2,000억원을 넘어서길 바란다"며 "피트인을 전국 지역상권에 맞는 복합쇼핑몰로 확장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대문 패션타운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트렌드를 살린 저가 의류 판매로 호황을 누렸지만 글로벌 SPA 브랜드가 몰려오고 인터넷 쇼핑몰이 확산되면서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최근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고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주목 받으며, 하루 매출 500억원, 연간매출 15조원에 이르며 새로운 붐이 조성되고 있는데, 새 쇼핑몰이 '동대문 전성시대'를 다시 여는 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43.6%가 동대문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동대문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라며 "새로운 업태가 기존 패션상가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각에선 독자적인 동대문 패션문화가 대기업화, 백화점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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