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진주지역에서 진주의료원 이사회를 열어 폐업을 결정했다."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29일 경남도청에서 진주의료원 폐업과 직원 해고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진주의료원이 폐업을 하려면 정관에 따라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48일 전 이미 이사회 의결을 거친 만큼 폐업 발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 의사회 의결 전후에 있었던 대화 제스처는 모두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의 기만전술인가.
경남도가 노사 첫 대화를 가진 것은 의사회 의결 하루 전인 지난달 11일이다. 경남도는 이사회 의결 이후에도 이 같은 사실을 감쪽같이 속인 채 노조와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한 달간 대화를 갖기로 하는 등 마치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양 했다. 또 홍 지사가 전권을 위임했다는 박권범 진주의료원 원장 직무대행은 세 차례에 걸친 노조의 정상화 방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단 한차례도 정상화 방안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도 이사회의 폐업결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또 폐업을 최종 결정한 지난 22일은 도가 한 달간 폐업을 유보키로 한 노사 대화 시한 마지막 날이었다는 점에서 노사간 대화는 시간 끌기에 불과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홍 지사는 지난 2월26일 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 이후 이 자세가 한번도 흔들리지 않은 것을 보면 노사간 대화를 통한 정상화는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공공의료 사수라는 명분을 떠나 직원 생계가 걸린 절박한 상황의 노조를 철저하게 우롱했다는 점에서 사측 대표로서나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비켜가기 어렵다.
홍 지사는 30일 공보특보를 통해 언론의 폐업 보도기사에 네티즌들의 80%이상이 폐업결정에 찬성의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홍 지사 스스로 폐업강행에 대한 아전인수격의 손익계산서를 내놓아 '보수의 아이콘'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항간의 주장을 뒷받침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의 중재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 등의 간절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애먼 노조를 기만하며 의료원 폐업을 밀어부친 '홍준표 스타일'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홍 지사는 노사교섭의 첫 번째 원칙이 무엇인지 아는가. 신의성실이다. 앞으로 그 누가 홍 지사와 진지한 대화를 하겠는지 생각해보라.
이동렬 사회부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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