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규진)는 1976년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를 비판한 혐의(긴급조치 9호 위반)로 징역 5년 등이 선고됐던 윤보선(1897~1990) 김대중(1925~2009) 전 대통령과 문익환(1918~1994) 목사, 함석헌(1901~1989) 선생 등 16명에 대한 재심을 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함세웅(71) 문정현(73) 신부도 재심 대상에 포함됐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ㆍ무효로 판단된 이상 이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므로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통령 등은 1976년 2월 '우리나라는 일인 독재로 자유민주주의와 삼권분립제도가 말살됐다'는 내용의 민주구국선언문을 작성, 낭독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91) 여사, 문 목사의 3남 문성근(60)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이 2011년 재심을 청구했다.
한편 같은 법원 형사10부(부장 권기훈)는 이날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1974년 징역 12년이 선고됐던 백기완(81) 통일문제연구소장에 대한 재심을 뒤늦게 개시했다. 백 소장이 재심을 청구한 지 4년 만이며, 대법원이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 무효 판결한 지 2년6개월 만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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