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석 달이 지난 박근혜 정부의 갈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밀양 송전탑 사태와 진주의료원 폐업 등 갈등 이슈가 곳곳에서 돌출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관련 당국, 정치권의 무책임과 무관심 속에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송전탑 공사를 둘러싸고 충돌을 빚어온 한전과 경남 밀양 주민들은 그제 공사를 40일간 중단키로 합의했다. 이 기간 중 전문가협의체를 꾸려 송전탑 건설의 대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갈등은 8년째 계속돼온 해묵은 과제다. 그 동안 뭐하다 이제 와서야 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찾는다고 허둥대는지 한심할 뿐이다. 밀양 송전선로가 확정된 시기는 2006년이다. 그때부터 5명의 한전 사장이 거쳐갔으나 갈등 해결에 신경 쓴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전이나 당국은 다음 사장, 다음 장관으로 폭탄 돌리기를 하듯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처음부터 주민을 참여시켜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겠다는 인식을 가졌더라면 사태가 지금처럼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과정에서도 정부의 갈등 해소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새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현안으로 부각됐는데도 당국은 경남도에 폐업 여부를 맡겨 놓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던 새누리당은 폐업이 공식 발표된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뒷북을 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갈등 이슈가 숱하게 잠복해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국무조정실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정위험 요인은 69개나 된다. 여기에는 4대강 사업 조사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포함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 용산개발사업 추진, 울주 반구대 암각화 보존 등이 포함돼있다. 일찌감치 선제적으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 지 알 수 없는 뇌관들이다. 충돌이 일어나 사회문제로 비화할 조짐이 보인 뒤에야 해법 찾기에 나서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갈등조정 기구를 설치하는 등 갈등관리시스템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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