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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노래에 맞춰… 프랑스 첫 동성부부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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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노래에 맞춰… 프랑스 첫 동성부부 탄생

입력
2013.05.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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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 킹 콜의 노래 '러브'에 맞춰 검은색 슈트를 입은 두 남자가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했다. 넥타이를 한 사람은 여행사 직원 뱅상 오텡(40), 나비넥타이를 한 사람은 공무원으로 일하는 브뤼노 부알로(30). 이들은 29일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려 프랑스 제1호 동성결혼 커플이 됐다. 18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법안 서명으로 프랑스가 세계에서 열네번째, 유럽에서 아홉번째 동성결혼 허용국이 된 지 11일 만이다.

결혼식에는 가족 친지 200여명, 동성결혼 옹호단체 회원 300여명, 취재진 130여명이 몰렸다. 결혼식 실황이 프랑스 전역에 방송된 것은 물론이다. '게이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글자판을 목에 걸고 동성결혼 합법화 시위를 쫓아다녔던 오텡의 어머니도 있었다. 주례는 동성애자인 엘렌 망두르 몽펠리에 시장이 맡았다.

2006년 가수 팬클럽에서 만나 동거해온 오텡과 부알로는 지난해 9월 "첫 동성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지 않겠느냐"는 나자트 발로 벨카셈 여성인권장관의 제안을 받고 법안 통과를 기다리며 결혼을 준비했다. 오랫동안 동성애자 권리 옹호 운동을 해온 오텡은 하객 앞에서 "법은 남자가 나를 사랑하도록 할 수는 없어도 내가 집단폭행 당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자축했다. 부알로는 "(동성애) 혐오의 시절이 지나고 이제는 사랑을 말할 시간"이라고 했다. 서로의 성(姓)을 합친 부알로-오텡을 새로운 성으로 쓰기로 한 두 사람은 입양도 계획하고 있다. 망두르 시장은 주례사에서 "오늘은 차별에 맞서 싸워온 이들에게 역사적인 날"이라며 "증오와 폭력, 분열을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박수 갈채와 감격의 눈물로 뒤덮인 결혼식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시청 바깥에서는 경찰 100여명이 경비를 맡아 입장객을 몸수색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동성결혼 반대 진영의 난동에 대비한 조치였다. 결혼식에 앞서 경찰과 망두르 시장이 협박전화를 받는 등 우려가 많았지만 이날은 네댓 명의 시위대가 폭죽을 터뜨리며 시청 진입을 시도한 것 외에 특별한 불상사는 없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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