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 운영과 관련해 민간투자사업자와 맺은 협약 중 최소운임수입보장(MRG) 조항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전국적으로 이미 체결된 MRG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서울시의 뒤를 이어 민간사업자와 맺은 MRG 조항 폐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30일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시를 상대로 낸 운임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직후, 협상을 통해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자의 MRG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9호선의 요금결정권을 시로 이전하고, 8.9%인 실질사업수익률을 현실적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겠다며 협상 시한을 6월 중순으로 못박았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협약을 통해 메트로9호선에 15년 동안 8.9%의 수익률을 매년 보장해주기로 했고, 이에 따라 2009년 142억원, 2010년 322억원 등 2년간 464억원을 보전해줬다.
서울시는 MRG 보장 조항이 '혈세를 낭비하는 불합리한 협약'이라는 지적에 따라 그동안 협약 변경을 추진했고, 이번 판결에 따라 MRG 보장 폐지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가 MRG와 관련해 강경책을 들고나오자, 일부에서는 메트로9호선의 2대 주주인 맥쿼리자산운용(이하 맥쿼리)이 지하철 9호선의 운영권을 포기하고, 지분을 매각한 뒤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맥쿼리는 서울 지하철9호선뿐만 아니라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광주2순환도로 등 전국적으로 10여곳 이상에 MRG 방식 투자를 한 대표적 민자사업자다.
하지만 시는 메트로9호선과 협약 변경 협상이 어려울 경우 계약해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약 변경을 마무리 한 뒤 1,000억원 규모의 시민 펀드를 4% 수준의 금리로 발행해, 과도한 이자를 물도록 발행된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11년의 경우 영업손실은 26억원이었지만 461억원을 대출이자로 지급해 메트로9호선의당기순손실은 466억원에 달했다. 메트로9호선은 자본금 1,670억원보다 많은 4,960억원을 차입했는데, 이자율이 선순위채의 경우 최대 연7.2%, 후순위채는 연15%에 달한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귀책사유에 따라 5,500억~8,000억원 가량의 해지지급금을 물게 될 수도 있지만 시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운영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시는 또 이번 기회에 민자사업자들과 체결한 '불합리한' 계약을 모두 바로잡겠다는 복안이다. 우면산터널 사업자와도 MRG 폐지를 포함해 실시협약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준병 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민자사업이라 하더라도 공익적 성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며 "서울시의 지하철 9호선 문제 해결 방식이 MRG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서울시의 MRG 폐지 결정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들도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하철 9호선 사업 투자자 측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충분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포함해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시와의 협상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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