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전시 유물 선정과 설명에 오류가 많아 한시바삐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사학자인 이기훈 목포대 교수가 3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발표할 내용이다. 토론회는 학계와 시민단체로 이뤄진 역사정의실천시민연대가 주최하는 행사로, 이 교수 외에 김성보 연세대 교수,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이 발제하고 토론한다.
이 교수가 지적한 전시물의 오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컨대 제 1전시실 한국전쟁 코너의 미군 6사단기(사진)는 사단기가 아니라 한 군인의 개인 기념품에 불과하며, 해방 직후인 1946년 좌익이 뿌린 신탁통치 지지 전단이라고 소개한 유물은 좌익이 만든 게 아니라 반대측에서 역선전용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설명의 오류는 신문 잡지 단행본 등 출판물 전시에 특히 많은데, 창간일이나 초판 발행일, 발행 연도를 뒤죽박죽 섞어 쓰거나 틀리게 설명한 게 많다. 1890년대에 나온 역사 교과서 와 을 1876년 출판물로 써놓고, 최남선이 창간한 을 '1908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잡지'라고 설명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은 한국 최초의 근대적 '종합' 잡지이며, 이보다 앞서 1890년대 후반에 나온 일본 유학생들의 나 독립협회의 등 다른 근대 잡지가 있었다.
전시 유물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설명에 오류가 많은 것은 이 박물관이 졸속 개관할 때부터 우려됐던 부분이다. 어떤 시기보다 민감하고 논쟁적 요소가 많은 현대사 박물관을, 건립위원회를 구성한 지 3년 8개월 만에 뚝딱 개관한 것은 독일이 12년 간 토론을 거듭한 끝에 현대사박물관을 연 것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논의 과정에 학계 전문가나 사회 공론을 배제한 채 공청회 한 번 없이 밀실 행정으로 밀어부친 것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학계는 그동안 이 박물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국가 중심 성장주의 사관을 지적해 왔다. 이번 토론회에서 김성보 연세대 교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구현된 역사 인식의 기본 논리를 네 가지로 파악한다. ▦성공 신화로 가득찬 국가 성장 사관 ▦국가 정통성에 대한 형식적 집착과 건국 이념의 왜곡 ▦통일 문제의 실종과 분단 고착적 역사 인식 ▦정치적 민주화로만 축소된 민주주의 역사가 그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역사인식의 보수 대연합'이라고 규정하고, 그로 인한 편향성과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박물관 명칭, 운영 주체와 방식부터 구체적인 전시 내용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족 전체를 포괄할 수 있게 '한국현대사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운영도 지금처럼 공무원이 직접 할 게 아니라 독립적인 공공기관(재단법인)을 만들고 학계ㆍ시민사회ㆍ관련 국가기관 대표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 책임지도록 하자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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