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의 아들 사랑은 정말 우주만큼 넓은가 보다.
윌 스미스 부자가 함께 출연한 신작 '애프터 어스'는 아들 제이든을 위해 만든 영화로 보인다.
시간적 배경은 3072년. 인류에게 버림받아 황폐해진 지구에 불시착한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 분)와 아들 키타이(제이든 스미스)가 공격적으로 진화한 생명체들에 맞서 생존이 걸린 극한의 대결을 펼친다는 이야기다. 불시착 사고로 다리를 못쓰게 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이 위험한 적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키타이는 급격하게 추워지는 변화무쌍한 날씨 속, 거대하고 난폭하게 진화한 짐승들과 우주선에 싣고 온 우주 괴물 얼사의 공격까지 자신을 위협하는 적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영화의 액션은 오로지 제이든의 몫이다. 윌은 아들의 활약을 돋보이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감춘 듯하다. 그 특유의 능청스런 유머도, 날렵한 액션도 이 영화에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끝까지 무게만 잡는 그에게서 '진지한 윌 스미스'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자식을 사지에 내몬 사이퍼 역의 윌의 연기는 자식(제이든)이 연기를 잘해낼 수 있을까 지켜보는 실제 아버지의 심정이 이입돼 더욱 깊이를 더한다. 아버지에 보란 듯 사나이임을 증명해야 하는 키타이 역의 제이든 또한 윌의 기대에 맞는 연기를 보여 주고픈 열망이 강렬했으리라.
결국 이 영화는 키타이와 제이든 둘 다 멋진 사내로 다시 태어나는 한편의 성장 드라마다. 하지만 굳이 이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스케일을 키워야 했는가 의문이 남는다. 규모가 크고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SF물이 고작 한 사내아이의 성장 드라마에 국한되다 보니 영 성에 차지 않는다.
SF물의 특징인 신기술을 보여주는 부분은 더욱 아쉽다. 그들이 타는 우주선은 지금의 수송기와 별다를 것 없어 보일 정도로 허름했고, 너무 쉽게 부서지는 장비들도 1,000년의 진보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린다. 눈에 띄는 것이라곤 긴 젓가락 3개를 붙여놓은 포크뿐이랄까.
아무튼 제이든은 좋겠다. 1,000년 후의 미래와 광대한 우주를 끌어들여서라도 할리우드 스타의 꿈을 키워주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어서. 30일 개봉. 12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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