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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연습장서 맘껏 던져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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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연습장서 맘껏 던져봤으면…"

입력
2013.05.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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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낮 12시 대구스타디움 투포환경기장. 키 183㎝에 체중 95㎏의 중학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정도로 당당한 체격의 김시온(조치원중 3학년) 선수가 지름 2.135m 투포환 경기장 원안에 들어섰다. 무게 4㎏의 포환을 오른쪽 턱밑에 갖다 대고 몸통을 오른쪽으로 비틀었다. 잠시 숨을 깊이 들어 마신 시온이가 비틀었던 몸통을 풀며 허공을 향해 포환을 힘껏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쭉쭉 뻗어나간 포환은 17.73m나 나갔다. 금메달이다. 2위보다 1.4m나 더 멀리 던졌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체육사에 기록될 전국소년체전 첫 메달이다. 시온이가 금메달을 목에 걸자 교육청 관계자들과 세종시체육회 임원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감격을 나눴다. 하지만 정작 시온이를 지도한 이광서 조치원중 교사와 이민원 코치는 고개를 떨군 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시온이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이들은 왜 금메달을 따고도 기쁨을 누리지못했을까. 사연은 이렇다. 조치원 대동초 4학년 때 투포환을 시작한 시온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향상돼 전국무대에서 두각을 보였다. 시온이는 지난해 전국학생대회에서도 중학교 2학년부 우승을 했다. 지난 4월 경북 예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춘계전국중고육상대회에서도 17.11m를 던져 우승했다.

그런데 교육당국과 세종시는 시온이가 메달을 딸 때마다 "한국 육상의 꿈나무", "세종의 자랑"이라며 추켜 세우고 사진만 찍었을 뿐 정작 선수에게 꼭 필요한 연습장을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조치원 대동초 4학년 때부터 투포환을 시작한 시온이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세종 인근 공주와 계룡을 오가며 떠돌이 훈련을 하고 있다. 세종에는 투포환 연습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선수들이 연습이라도 하는 날에는 조치원읍내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훈련을 한다. 날마다 40~80㎞를 왕복하다 보니 훈련시간도 부족하다. 세종시육상경기연맹이 교육청과 시에 여러 차례 연습장 마련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30일 조치원중 운동장에서 만난 김 선수는 "모래가 깔린 연습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 껏 던져봤으면 좋겠어요"라고 소망을 밝혔다. 이광서 지도교사는 "공주와 계룡 등지를 떠돌며 연습장 없는 설움을 당하는 시온이가 대견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윤형권기자 yhk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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