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약 잘 안듣는 당뇨병, '축소위우회술'로 잡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약 잘 안듣는 당뇨병, '축소위우회술'로 잡는다

입력
2013.05.30 11:27
0 0

40대 중반 2형 당뇨병(인슐린 기능이 떨어진 당뇨병ㆍ1형은 인슐린을 만들지 못함) 진단을 받은 A(56)씨는 10년 가까이 당뇨병 약을 복용했지만 혈당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망막병증, 콩팥기능 저하, 족부 궤양 등 당뇨 합병증 걱정이 컸다. 운동 중 땀이 비 오듯 흐르며 현기증이 느껴지는 저혈당 증상도 무서웠다.

그러던 중 2년 전 축소위우회술을 받고 A씨는 거짓말처럼 건강을 되찾았다. 30대 이상 성인 열 명 중 한 명이 '침묵의 살인자'라는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두 명이 당뇨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를 앓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이 수술이 갖는 의미는 자못 크다.

축소위우회술은 위의 절반 정도를 잘라내고 소장 하부를 연결하는 수술이다. 자르고 봉합하는 것을 한 번에 해주는 자동문합기 덕분에 수술은 의외로 간단해 한 시간 안에 끝난다. 배를 가르지 않고 복강경을 이용해 3일 정도면 퇴원할 수 있다. 잘라낸 위 절반과 소장 상부는 그냥 놔둬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 수술이 왜 당뇨에 효과를 보일까. 원리는 이렇다. 음식물에 포함된 영양분이 위를 거쳐 상부 소장으로 들어가면 GIP(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 하부 소장에 다다르면 GLP-1(Glucagon Like Peptide-1)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두 호르몬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껍질을 완전히 벗겨낸 흰쌀로 만든 밥, 먹기 좋게 갈아 부드럽게 만든 주스 등을 주로 먹다 보니 상부 소장에서 영양분이 대부분 흡수되면서 GIP만 과도하게 나오고 GLP-1 분비는 줄어든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들을 보면 혈중 GIP 수치는 매우 높고 GLP-1은 정상인에 비해 월등히 낮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과도하게 분비되는 GIP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인슐린 기능까지 떨어뜨린다.

축소위우회술은 음식물에 포함된 영양분이 상부 소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부 소장으로 들어가게 해 GLP-1 분비량을 늘어나게 하는 수술이다. 먹는 양이 줄어들어 효과를 보는 것 보다는 호르몬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최근 들어 효과적인 당뇨병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DPP4 억제제가 GLP-1을 몇 분 안에 분해하는 효소 DPP4의 분비량을 줄여 혈중 GLP-1 농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이 수술과 맥을 같이 한다.

수술 효과는 매우 인상적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허경열 교수팀은 축소위우회술을 받은 2형 당뇨병 환자 172명 중 12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평균 GIP 수치가 수술 전 184pg/ml·min-1에서 수술 한 달 만에 98pg/ml·min-1 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GLP-1은 108pg/ml·min-1에서 311pg/ml·min-1으로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DPP4 억제제보다 우월한 효과로 평가된다.

합병증 유무를 전망할 수 있는 당화혈색소 수치도 크게 개선됐다. 평균 당화혈색소는 수술 전 9%에서 수술 후 1년째 6.9%, 2년째 6.7%, 3년째 6%로 감소했다. 허 교수는 "기존의 약물ㆍ인슐린 치료,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교정으로도 당화혈색소가 7%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여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당화혈색소 검사는 2, 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치를 반영한 것으로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보통 7% 이내로 관리하면 합병증이 발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교수는 "당뇨병으로 콩팥기능이 떨어져 이식을 받는 경우 대부분 혈당 관리를 못해 다시 기능이 악화된다"면서 "콩팥 이식과 축소위우회술을 병행하는 연구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