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에 놓인 레슬링이 벼랑 끝에서 벗어났다. 레슬링의 올림픽 정식 종목 재진입 가능성이 열렸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안도하기는 이르다. 야구ㆍ소프트볼, 스쿼시와 최종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30일(한국시간)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될 후보로 레슬링, 야구ㆍ소프트볼, 스쿼시를 선정했다. 가라테, 롤러스포츠, 웨이크보드, 스포츠클라이밍, 우슈 등은 탈락했다.
레슬링은 지난 2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서 25개의 올림픽 핵심 종목(Core Sports)에서 제외됐다. 고대올림픽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유서 깊은 종목이던 레슬링의 퇴출 소식에 국제레슬링계는 할말을 잃었다.
레슬링은 강도 높은 개혁으로 11년간 국제레슬링연맹(FILA)을 이끌어 온 수장 라파엘 마르티네티를 갈아치웠다. 마르티네티는 안일한 대처로 레슬링 퇴출 발표 직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대신 FILA는 세르비아 출신 네나드 라로비치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다.
라로비치 회장은 곧바로 개혁의 칼을 꺼냈다. 복잡했던 세트제를 폐지하고 총점제를 부활시켰다. 총점과 상관없이 2분 3회전으로 먼저 2세트를 따내면 승리하는 방식에서 3분 2회전 안에 많은 득점을 한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바꿨다. 또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고자 패시브 규칙에 변화를 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던 선수가 불리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여성 부회장 자리 신설, 여자 자유형 체급 증대 등 남성 중심의 스포츠라는 이미지 탈피도 시도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최근 "레슬링은 놀라울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FILA는 9월 IOC 총회서 올림픽 재진입이 결정 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라로비치 회장은 레슬링이 2020년 올림픽 후보 종목으로 선정된 후 "아직 싸움이 끝난 게 아니다"며 "새로운 라운드에 나설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침착하게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작은 안도감이 들지만 9월이 돼야 큰 안도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각자가 자신의 종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됐다"고 다시 전의를 다졌다.
레슬링이 핵심 종목에서 탈락한 직후 만들어진 '올림픽 레슬링 보존 위원회(CPOW)'를 대표해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한 빌 셰어 위원장도 "거듭 변화하고 각자 IOC 위원들을 만나 설득하며 레슬링이 가진 힘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렇게 한다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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