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 전문가 류길재 장관 어디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 전문가 류길재 장관 어디에…

입력
2013.05.29 18:35
0 0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폐쇄를 시작으로 한반도 정세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주무부처 수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9일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를 철수하고 27일 우리측 근로자들이 철수하는 소용돌이 와중에 통일부 류길재 장관은 북측을 향해 "당국간 실무회담 참여"만 반복하고 있다. 이달 3일 우리측 잔류인원의 철수로 남북관계의 유일한 통로였던 개성공단이 봉쇄됐는데도 류 장관은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 채 '식물 장관'으로 전락해 버린 꼴이다.

류 장관은 29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강도높은 톤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한반도경제포럼 조찬 강연에 나선 류 장관은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북한은 관과 민을 분리시켜서 스멀스멀 들어와서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수를) 쓰면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고 북한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강연의 골자도 결국은 북한을 상대로 '당국간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북한이 민간인 방북을 제시한 데 대해 당국간 대화로 응수하며 기싸움 공방전만 펼치는 형국이다.

류 장관이 박근혜정부 첫 통일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만 해도 북한 전문가로서 평소 남북간 교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점이 부각되면서 남북관계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개성공단 사태가 터지면서 이런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말았다.

우선 개성공단 사태 와중에 류 장관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청와대와 조율되지 않은 의견을 제시하는 등 오락가락 행태를 보였다. 북한이 근로자를 철수시킨 직후인 4월 11일이 류 장관은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해결을 위해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공식 대화 제의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3시간 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식 대화 제의라고 뒤집었고 류 장관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달 14일에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북측에 회담을 제의하라"는 공개적인 업무지시까지 받아 '책임 장관'으로서의 면모를 구겼다. 앞서 지난 달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북한 4차 핵실험 관련 질문에 "그런 징후가 있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가 국방부에서 관련 내용을 부인하자 발언을 정정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류 장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해설이 뒤따른다. 우선 청와대를 비롯한 외교안보 라인이 강경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류 장관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등 박근혜정부 외교ㆍ안보라인에 군 출신이 다수 포진되면서 북한문제에 있어 강경기류가 형성됐고 대화론자인 류 장관이 정책결정과정에서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에서 통일부장관에 힘을 실리지 않으면 박근혜정부의 '신뢰프로세스'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