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교 담장에 꽃 울타리를 만들도록 지시해 일부 학교는 멀쩡한 나무를 베고 꽃을 심는 등 전시행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꽃과 나무를 많이 심은 학교와 교원에게 교육감 표창까지 한다고 해 논란이다.
29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의 한 학교는 4월 초 30년은 됨직한 느티나무 두 그루를 자르고, 그 자리에 무궁화를 심었다. 이 관계자는 "오래 잘 키운 좋은 나무를 왜 베느냐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학교 측은 시교육청에서 하는 아름다운 학교 가꾸기 사업 때문에 무궁화를 심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베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미 수목 담장이 아름답게 조성돼있던 강북 지역의 한 학교는 해당 지역교육청으로부터 할당받은 무궁화 10그루와 덩굴장미 200그루를 울며 겨자 먹기로 더 심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얼마나 수목이 부족한지 등에 대한 실태파악이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학교당 몇 그루씩 배분을 해버려 더 심을 공간이 없는데도 빽빽하게 심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강제로 수목들이 내려와 심을 데가 없어 갖다 내버린 학교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부터 철재와 블록 일색의 학교 담장을 꽃나무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시행 중인 아름다운 학교 가꾸기 사업은 문용린 교육감이 인성 교육을 내세우며 직접 챙기는 사업이다. 문 교육감은 4월 1일 월례조회에서 이 사업을 언급하면서 "우리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하고 좋은 인성을 기르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담당부서에서는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27일 실국과장회의에서도 "장미와 해바라기를 많이 심어 성과가 있는 것 같다. 지금쯤 질소비료를 줘야 꽃이 멋져지지 않을까. 관련 부서에서 신경 좀 써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수목 식재 실적과 글짓기ㆍ미술대회 등 관련 교내행사나 홍보 실적 자료 등을 평가해 9월 월례조례에서 3개 학교와 1명의 교원에게 교육감 표창을 하겠다는 공문까지 내려 보냈다.
성동구의 한 학교 강모 교사는 "학교장이 수목 가꾸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굳이 이런 전시성 행사가 왜 필요하냐"며 "아이들 정서나 폭력 문제는 교육의 구조적 문제인데 정작 중요한 문제를 풀 생각은 안하고 쓸데없는 잡무만 양산해낸다"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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