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상대 진영 인사를 초청해 고언을 듣는 공부 모임이 빈번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갑을 문제 등 산적한 민생 현안을 두고 입법 전쟁에 돌입하기 전 일종의 '정책 탐색전'에 들어간 것이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 출범식에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고안해낸 김종인 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강사로 초빙됐다. 이 포럼은 민주당,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 등 야당 의원 86명이 만든 공부 모임이다.
김 전 위원장은 30여분간 진행된 기조연설을 "작년에 여당 대통령 후보를 적극 도운 내가 야당 의원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을 (국민들이) 의아해 할 수 있다"며 시작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경제민주화가 완벽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상당 부분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경제민주화는 행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없고 대부분 의회가 해야 한다"고 야당 의원들에게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 여당 일각에서 경제민주화보다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 등 성장을 강조하는 기류와 관련해서는 "경제민주화 바탕 없이는 창조경제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포럼을 주도한 민주당 측 관계자는 "대선을 거치며 우리 사회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김종인 박사만큼 잘 설명해주실 분이 없다고 판단해 요청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셨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31일 개최되는 신임 원내지도부 워크숍에 야권 중진인 강봉균 전 민주당 의원을 연사로 초청한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경제민주화를 새누리당이 먼저 시작했지만 야당도 뒤늦게 따라 오면서 정책 경쟁이 불 붙었다"며 "새누리당에 모자란 부분은 무엇이고, 야당 정책 중에서도 벤치마킹 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서 얘기해주실 분이라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3선 의원을 지낸 강 전 의원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김대중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지냈다. 평소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그는 "새 정부에서 복지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는데 민생 경제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점검해 보는 내용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9월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 때도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정책 소통'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공히 생산적인 '민생 국회'를 다짐한 만큼 서로가 내놓은 정책을 살피고 옥석을 가리기 위한 교류의 장으로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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