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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유럽 첫 담뱃갑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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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유럽 첫 담뱃갑 규제

입력
2013.05.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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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라일리(58ㆍ사진) 아일랜드 보건장관이 "내 아버지와 형제 모두 흡연으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강력한 금연정책을 발표했다. 아일랜드 보건당국은 호주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담뱃갑 규제 법안을 마련했다.

라일리 장관은 "의사였던 나의 형제는 담배의 유해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중독성 때문에 끊지 못했다"며 "결국 폐암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의료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의사 출신의 아버지 노엘 라일리도 수십 년간의 흡연 끝에 목숨을 잃었다고 라일리 장관은 털어놓았다. 흡연에 따른 뇌졸중으로 시력을 잃고 14년 동안 어둠 속에서 투병하다가 숨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라일리 장관은 "금연정책은 내게 개인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중요하다"면서 "가족을 잃은 아픔과 고통을 겪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보건당국이 이날 발표한 담뱃갑 규제 법안에 따르면 아일랜드에서 판매되는 담뱃갑은 정부가 정한 상자를 사용해야 하며 제조사와 상표명은 바닥 부분에 표기해야 한다. 담뱃갑에 상표를 상징하는 색상과 이미지를 넣을 수 없으며 대신 흡연 관련 질병의 적나라한 사진과 경고문구는 넣어야 한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처음으로 추진하는 이 제도는 의회 표결을 거쳐 이르면 내년 초 발효된다.

아일랜드는 그 동안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행해왔다. 2004년에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술집과 음식점, 직장에서 흡연을 금지했고 2009년에는 담배 광고와 진열을 못하게 했다. 담뱃값도 갑 당 9유로(1만3,000원) 안팎으로 꽤 비싸다. 라일리 장관은 "흡연자의 78%가 18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면서 "이번 조치는 향수병을 닮은 담뱃갑에 현혹되거나 호기심에 흡연을 시작하는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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