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피안타 무4사구 완봉승. 혼신의 투구였다. 류현진(26ㆍLA 다저스)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둔 29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2회 호위 켄드릭에게 첫 안타를 허용한 이후 8회 크리스 라네타에게 두 번째 안타인 2루타를 맞기까지 19타자를 덕아웃으로 돌려 보냈다. 에인절스의 강타자 알버트 푸홀스는 경기 후 류현진에 대해 "실투도 거의 없었고, 공이 낮게 제구가 돼 우리 팀 밸런스를 완전히 빼앗았다"며 완벽한 패배를 시인했다. 총 투구 수 113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79개, 직구는 69개였다.
이날 경기를 미국 전역에 중계한 ESPN은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이 시즌 최고인 147㎞를 기록했고,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 구속은 시즌 최저인 123㎞를 나타냈다며 두 구종의 차이가 24㎞나 났다고 감탄했다. ESPN은 또 철저히 바깥쪽 승부를 선택한 류현진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이날 던진 113개의 공 중 72%인 81개를 좌·우 타자 바깥쪽에 꽂았고 전체 아웃카운트 27개 중 21개를 잡아냈다.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 비율도 직전 경기당 46%에서 이날 64%로 늘어난 것도 주목을 받았다.
승인은 '명품 직구'의 부활이었다. 류현진의 이날 최고 시속은 95마일(약 153㎞)이었다. 한화 시절 자신의 최고 시속(152㎞)을 상회하는 최고 스피드다. 투구 수 절약으로 체력 안배가 된 덕에 9회 마지막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를 2루 땅볼로 잡아 완봉승을 장식할 때 던진 마지막 공도 151㎞를 찍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면서 풀 카운트 접전도 세 차례밖에 없었을 정도로 투구 수를 아꼈다. 4회까지 단 57개를 던진 류현진은 5회 11개, 6회 8개, 7회 7개만 던지고 이닝을 마쳤다. 힘이 떨어질 시점인 5회부터 7회까지 3이닝 동안에도 26개의 공만 뿌려 완봉승을 예약했다.
힘이 붙은 직구에 자신감을 얻은 류현진은 전매특허인 오른손 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절묘한 컨트롤을 선보였다. 한화 시절 '류현진 존'이라 불리던 바깥쪽 제구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한 것이었다.
류현진은 땅볼 12개, 플라이 3개로 에인절스 타자를 손쉽게 요리하며 맞혀 잡는 데도 뛰어난 능력을 뽐냈다. 2회 1사부터 8회 2사까지 19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려 10타자를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경기 중반까지 직구로 압도했던 류현진은 후반 들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숫자를 늘리면서 상대 타자들의 눈에 공이 익숙해질 때쯤 노련한 경기 운용을 했다. 6회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 두 명의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8회에는 선두 호위 켄드릭을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한 뒤 후속 두 타자를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땅볼 처리하며 무결점 투구에 방점을 찍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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