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해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시범운영하고 2014~15년 희망하는 학교들로 확대한 뒤 2016년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학교교육의 변화가 본격화 할 전망이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고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주입식 입시교육을 근본적으로 수술하고 창의성, 인성, 사회성 등을 함양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 학력저하나 사교육 증가 등이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일부의 우려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학생들이 학교의 벽을 넘어 지역 및 세계와 소통하면서 21세기에 요구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계적인 교육의 트렌드이다. 미국, 호주, 핀란드,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학생들을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창의성, 협업능력, 공감능력 등과 같은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로 키우기 위한 교육개혁에 매진하면서 교육 분야 전반에서 총체적인 혁신이 추진되고 있다.
일례로 싱가포르의 교육개혁 슬로건은 '가르치는 것은 줄이고(teach less), 배우는 것은 늘리기(learn more)'이다. 실제로 교사들에게 기존에 가르치던 내용을 20% 줄이는 대신 창의적 사고력을 포함한 핵심역량을 키우는데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고 있다. 획일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의 교육보다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 경험을 두루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줌으로써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필자가 지난해 수행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미래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으로 창의성(21.5%), 책임감(19.3%), 도덕성(16.2%), 책임 있는 시민의식(7.5%) 등의 순으로 꼽았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 미래학자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인 앨빈 토플러 박사가 수년 전 방한했을 때 지적했듯이, 우리 학생들은 미래에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공부하기 위해 학교와 학원에서 하루 15시간씩 보내느라 정작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키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폭증하는 지식과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의 융합이 가속화 하면서 10년 후 직업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창조경제가 도래할수록 창의성, 자기주도성, 협업능력, 창업정신 등이 중요해진다는 점에서 우리 교육에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유학기제의 도입은 의미가 크다 하겠다.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능이론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자신의 잠재적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행복도를 높이고 창의성을 키우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에 맞는 분야의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의 잠재력이 발현된 최종 산출물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 방식의 수업이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봉사활동, 직업체험, 동아리활동 등 여러 유형의 체험과 토론 참여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선진적인 교육환경 구축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자발성과 헌신적 열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여주고 학생을 잘 가르치는 교사가 우대받을 수 있는 등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교사 스스로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에 맞게 수업 모델을 개발하고 학생과의 관계증진은 물론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자유학기제를 통해 보다 많은 학생들이 학습의 즐거움을 깨닫고 다가오는 창조경제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적 토대가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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