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여부를 둘러싸고 3개월 이상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진주의료원이 29일 끝내 폐업됐다. 저소득층, 낙후지역 등의 의료 공백을 메운다는 본래 목적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공공의료기관이 어떻게 스스로 생존하면서 공공성을 확대할 것인지 국가 차원에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29일 오전 9시 진주보건소에 폐업을 신고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에서 "1999년부터 47회에 걸친 경영개선과 구조조정 요구는 모두 거부됐으며 돌아온 것은 279억원의 부채"라며 "경남도 부채가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폐업은 불가피하다"고 폐업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공의료는 하나의 빌미일 뿐, 노조원들에게 '신의 직장'이 된 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이 도민 혈세를 아끼고 세금 누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도 밝혔다. 의료원에 남아있는 노조원 가족 환자 2명과 일반인 1명에 대해서는 진료는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며 남은 직원 70명에게는 해고 통보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폐업 철회와 재개원을 촉구하며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도의회 야당의원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도 홍 지사의 폐업처리를 놓고 도민 의견을 묻기 위해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진주의료원 해산을 명시한 조례안은 도의회에 상정돼 다음달 임시회의에서 처리를 남겨두고 있어 법인 해산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월26일 경남도가 전격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하며 노조원들의 단식농성, 도청 고공농성, 도의회 앞 시위 등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진주의료원 사태는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 공공의료원의 현실을 환기시키면서 공공의료의 역할에 관한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 정책실장은 "공공병원의 공익성과 수익성의 관계를 짚어보는 계기가 된 동시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권한은 없는 중앙정부의 지방의료원 지원체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는 민간병원이건 공공병원이건 의료의 공공성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한국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의료 공공성에 대한 첨예한 이념적 대립만 보여줬을 뿐 정작 중요한 환자와 국민이 논쟁에서 배제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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