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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대리 결정 인정'방법론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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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대리 결정 인정'방법론 팽팽

입력
2013.05.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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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등 타인에 의해 합법적인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가족의 합의를 거쳐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의 권고안은 환자단체와 종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29일 오후 연세대 의대에서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 제도화 관련 공청회 자리에서다.

특별위원회는 최근 수개월 동안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도출한 권고안에 ‘환자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회생가능성이 없는 임종기에 이르렀을 경우 환자의 배우자 및 직계 존ㆍ비속이 모두 합의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수년간의 존엄사 법제화 논의에서 늘 쟁점이 돼 온 이 ‘대리 결정’은 이날 첫 번째 대립지점이 됐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병원 현장을 보면 중환자실에 한달 이상 환자를 둔 가족은 비용 때문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가족들끼리 연명치료 중단을 합의하는 일은 제도화가 되지 않은 지금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환자 본인과 의사가 직접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3의 공식기관에서 이름 심의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대석 서울대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환자 대부분이 임종 하루 이틀 전에야 연명의료 시행을 고민한다”며 “제3의 기관을 통해 심의하자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의사 없이 환자 본인이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명시한 ‘사전의료의향서’ 인정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정재우 카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는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환자가 자신의 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사전의료의향서를 제시하는 환자를 접한 의사 역시 ‘환자를 위해 어떤 치료가 필요한가’보다는 ‘환자가 뭘 원하는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제화 자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확인됐다. 죽음에 관한 대화를 금기시하는 우리나라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토론 참가자는 “50%는 사망하는 백혈병 골수 이식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서 남기기 운동을 하던 중에 ‘살릴 걸 생각해야지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죽음 운운하냐’는 반발 때문에 실패했다”며 “법적 틀이 있으면 합법적인 연명치료 중단이나 환자가 원하는 죽음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최소 3만명 이상의 만성질환자들이 세계 최악의 임종기를 보내는 데도 연명의료로 인한 고통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만큼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 밖에 ‘임종기’개념의 모호성, 적절한 호스피스-완화의료 환경 마련의 필요성 등 권고안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토론이 이어진 공청회는 예정시간을 한 시간 이상 넘겨서야 마무리 됐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연명의료 행위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들을 취합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기에 있는 환자에게 행해지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중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도화하기 위한 정부 최종안은 7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에서 결정된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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