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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사의 '감천문화마을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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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사의 '감천문화마을 사진전'

입력
2013.05.2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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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는 최근 카메라를 손에 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산비탈을 깎아 조성된 계단식 지형, 덕지덕지 붙은 작은 주택, 구비구비 이어져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골목길이 매력적이기 때문.

하지만 요즘 주민들은 집 안을 들여다보거나 마당에 내 건 속옷까지 촬영하는 일부 관광객 때문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저소득층이 밀집한 이 마을의 '아픔'은 보지 못한 채 겉모습에 들뜬 외부인의 시선을 못마땅해하는 주민도 있다.

이런 가운데 1991년부터 인근에서 내과를 운영 중인 의사 최원락(58)씨가 30일부터 한달 간 감천문화마을과 관련한 특별한 사진전을 연다.

장소는 감천문화마을 사진 갤러리.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이 몰리자 사하구가 빈집 내부를 꾸며 조성한 창작공간 중 하나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45점으로 모두 마을과 주민들이 소재다. 보유하고 있는 작품 중 주민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은 제외했다.

최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감천문화마을까지는 걸어서 15분 남짓. 이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건 6년 여전부터다.

일부러 가난한 동네를 찾아 병원을 연 건 아니지만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내 주민들과 어울리기가 한결 편했다고 한다.

그는 "병원에서 저 마다 사연을 가진 주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관계를 맺어왔다"며 "내부인의 시선으로 본 감천문화마을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중 '현실의 굴레를 부셔버리는 변화를 바라며'는 작가가 몇 해 전 철거 중이던 빈집을 찾아 찍은 것이다. 금이 간 창문 넘어 보이는 '불안한' 마을풍경을 담았다. 그는 이 작품의 의미를 '변화를 위해 깨져야 할 현실'로 설명했다.

전시작품 중에는 태극기가 등장하는 것이 많다. '이 마을에 태극기는 왜 존재하는가', '땅 속에 태극기를 묻었다' 등 제목의 사진들.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에게 태극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 마을이 '태극도 신앙촌'이기 때문이다. 태극도는 1918년 조철제가 증산사상에 기초해 세운 신흥종교로 1950년 대 후반 4,000여명의 신도들이 당시 감천동과 서구 아미동을 연결하는 일명 '반달고개' 주변에 모여 집단촌을 만들었다. 태극도 신앙촌이 중심이 돼 현재의 감천2동이 조성된 것이다. 이 마을은 또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최씨는 "국경일마다 동네 여기저기에 태극기가 나부끼는 모습에서 저항의식이 느껴진다"며 "이는 그동안 국가로부터 소외됐던 자신들의 존재,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달픈 일상의 울분을 토해내는 일종의 '의식'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최씨는 10여년 전부터 취미삼아 사진을 찍다 수준급 실력을 인정받아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부터 3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선친의 말년 모습을 담은 작품 70여점으로 사진집 '있다가 없는'을 펴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편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2009년 마을미술 프로젝트-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2010년 콘텐츠융합형 관광협력사업-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2012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마추픽추 골목길 프로젝트와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을 거치면서 지금은 전국적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사하구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감천문화마을 추억의 골목'이라는 주제로 제3회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를 연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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