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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손톱깎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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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손톱깎기

입력
2013.05.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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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 직전 손톱과 발톱을 깎았다. 손톱과 발톱을 깎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손톱과 발톱을 깎는 일은 비용이 들지 않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손쉽게 경험해볼 수 있는 평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손톱과 발톱이 쑥쑥 자라지 않고 조금씩만 자라니 자주 깎을 수 없는 것이 문제겠지. 그나저나 간밤 좋은 꿈을 꾸었으니 복권이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그냥 해본 말이다. 내 삶의 원칙 중 하나가, 일확천금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인데, 실제로 나는 그 흔한 로또복권 한번 사본 적이 없다. 내게도 이런 우직함이 있는지 사람들은 몰랐을 거다. 정직한 노동에 대한 정직한 보상은 사람을 병들지 않게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런 기본조차도 보장을 못해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손톱과 발톱을 깎는 시간처럼 일상에 심심한 평화가 자주 주어졌으면. 여름을 부르는 바람이 선선하다. 세상은 망해가는데,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멀리 보낸 이를 추억한다. 어떤 이는 모국과 모어를 떠나 해외를 떠돌고, 또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살해할 음모를 꾸미기도 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형제에게 편지를 쓰고, 또 어떤 이는 밤열차표를 끊는다. 이 모든 게, 불가능하기도 하고 가능하기도 하다는 것. 우리의 다큐멘터리는 이처럼 곤궁하고 풍요로운데.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손톱과 발톱을 깎자.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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