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018년까지 채권 비중은 줄이는 대신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현재보다 5%포인트 이상 늘리기로 했다. 저성장ㆍ저금리 시대로 본격 진입한 만큼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상품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향후 5년간 수익률도 6.1%로 높이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중기(2014~2018년) 자산 배분안과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개정안’을 29일 심의ㆍ의결했다. 이번 자산배분안을 ‘2014년도 기금운용계획’에 담아 다음달 제3차 운용위원회에서 의결후 정부예산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자산 배분안에 따르면 2018년까지 국민연금 기금 운용 규모를 현재 392조원(2012년말 기준)에서 669조원으로 늘리기 위해 2014∼2018년 국민연금 기금 목표 수익률을 6.1%로 설정했다. 최근 5개년(2008∼2012년) 운용 수익률(6.03%)보다 0.1%포인트 정도 목표치를 높인 것이다.
운용위원회는 이를 위해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기존보다 각각 3.7%포인트, 1.6%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현재 주식투자금액(392조)이 73조원인 것을 감안할 때 5조원이상 증시에 추가로 투입하게 된다. 반면 채권 비중은 5%포인트 가까이 줄이기로 했다. 같은 채권이라도 국내채권은 ‘60.2% → 60%미만’으로 비중을 줄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채권은 ‘4.6% → 10%이상’으로 늘린다. 과거처럼 채권중심의 안정적인 투자로는 인구고령화까지 겹친 저금리 시대에 기금고갈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60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증시뿐만 아니라 해외투자, 대체투자 확대 등으로 투자 다변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위원회는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금운영 정보공개 대상을 10월부터 확대 공개키로 했다. 현재는 5%이상 보유한 국내주식에 대해 종목명만 공시했지만 앞으로는 종목명과 투자규모, 지분율까지 확대 공시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금운용 변화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행태로 변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주형 동양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연기금의 투자금이 증시에 늘어난다는 것은 증시 활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연기금 특성상 불안정한 주식보다는 배당성향이 높거나 안정적인 수익성이 기대되는 우량기업 주식을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무작정 주식 비중을 늘리다 보면 시장왜곡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시장 규모를 고려치 않고 주식비중만 높이면 기금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다, 연기금이 투자하는 중대형주만 주가가 오르는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 한도를 정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주식 투자 비중이 늘어나다 보면 주주권한도 동시에 강화되므로 주주이익을 우선시 하는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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