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이 자회사를 쪼개 파는 분리매각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우리금융의 새 주인보다는 경남ㆍ광주은행 등 계열 지방은행 인수전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최대 자회사인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계산 때문인데, 지역정서가 넘어야 할 산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민영화의 유력한 방안은 '경남ㆍ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우리은행 포함 금융지주'를 순차적으로 파는 2단계 매각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은행 패키지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반대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정부는 2010년 이후 2011년 2012년 매년 매각을 추진하다 3차례 모두 쓴맛을 봤다. ▦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 등 3대 원칙을 한꺼번에 만족시키려다 보니 일괄매각을 통한 '메가뱅크'방안에만 집착한 게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이번에는 명분만 좇다 실패를 반복하기 보다는 실리(조속한 민영화)를 챙기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이제 관건은 계열 지방은행을 누가 인수하느냐인데, 경남은행의 경우는 벌써부터 눈독을 들이는 곳이 많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경남은행의 유력한 인수 후보는 부산은행이 주력 자회사인 BS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있는 DGB금융지주다. 두 곳은 이미 2011년 경남은행 인수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만큼, 다음달 민영화 로드맵이 나오는 대로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이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 부산은행(41조원)과 대구은행(35조원)은 각각 지방은행 1, 2위다. 누가 경남은행(29조원)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넘볼 수 없는 1위 자리가 가려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두 금융지주 사이에 신경전이 치열한데 BS금융은 "경남 지역을 근거지로 한다"는 점을, DGB금융은 "점포가 거의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이 필요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경남은행은 독자 생존해야 한다"며 지역 상공인과 재일교포 경제인을 상대로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남은행 매수가격은 1조3,000억~1조4,000억원"이라며 "해당 지역상공회 등이 인수하는 안은 과거 지방은행의 부실원인 중 하나였던 지역금융과 지역 상공인간 유착 문제가 다시 발생할 여지가 있고, 금산분리 원칙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 현실적 방안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BS금융 또는 DGB금융에 파는 것 역시 지역정서 탓에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행 노동조합은 "부산, 대구은행 등 인근 지방은행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은 지역감정만 유발한다"며 "경남은행을 지역사회에 돌려주라"는 입장이다.
반면 광주은행은 아직까지 매수 희망자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 광주은행은 인수 가격이 1조원대 초반으로 예상되는데 지역에서 이 정도 자금 여력이 있는 금융자본을 찾기가 어렵다. 과거 광주은행 인수에 적극적이던 전북은행은 2011년 JB우리캐피탈을 인수해 여유자금이 부족하다. 자금력을 앞세워 영남지역 은행이 뛰어들 가능성도 있으나 이 경우 지역 정서상 여러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결국 호남지역 기반의 매수 희망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사 중에서 광주은행 인수를 추진하도록 무언의 압박에 나서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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