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이 제 기능을 하는지 시험해보는 '외과적인 처방'이 필요해요.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며 문제를 넘기거나 쉬쉬하면서 덮다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같은 큰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8일 "이전까지 국내 원전의 안전성 검사는 주로 부품 검증서 같은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데 그쳤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원전 부품의 시험 성적서를 위조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전연구실장,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 원자력안전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엄청난 후유증을 보고서도 원전 부품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서 교수는 "원전에 대한 안전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어케이블은 평시에 사용하지 않는 부품이기 때문에 기능에 하자가 있어도 드러나지 않을 거라 보고 납품했을 것"이라며 "원전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원자력위원회가 가동을 중단시킨 신월성 1호기와 신고리 2호기에는 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사용됐다.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안전계통에 동작 신호를 보내는 핵심 안전 설비다.
서 교수는 "전력케이블이 잘못돼 있으면 원전 사고 시 핵연료 냉각, 방사성 물질 유출 차단 등 여러 안전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500만개에 달하는 원전 부품을 모두 검사할 수는 없지만 제어케이블 등 핵심 부품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매년 30~40일인 계획예방정비 기간을 늘려 안전성 검사를 보다 세세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계획예방정비는 원전 가동을 멈춘 뒤 원전연료를 교체하고 주요설비의 기능을 점검하는 기간. 예전에는 1년에 60일 가까이 됐지만 전기수요 증가 등의 이유로 최근에는 30~40일로 줄인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로 정지된 원전이 신월성 1호기 등 10곳으로 늘었잖아요. 전력 공급이 부족해 당분간 힘들 수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다른 곳은 이상이 없는지 샅샅이 살펴봐야 합니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원전을 운영해서는 안됩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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