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는 단일 수사로 전직 국정원과 경찰 수뇌부가 모두 기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 전 원장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까지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원 전 원장은 역대 국정원장 가운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 되는 최초 사례가 된다. 앞서 신건ㆍ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2005년 구속 기소됐지만 혐의는 불법 도청을 지시ㆍ묵인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었다.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면 대선 직전 국정원의 조직적인 국내정치 개입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를 계기로 야권이 "지난 대선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27일 원 전 원장을 재소환하며 수사에 공을 들이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 벌어진 사건을 털고 가지 못할 경우 새 정부에 오히려 정치적인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도 "수사로 밝힐 수 있는 것은 모두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수사 축소ㆍ은폐 압력 의혹과 관련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검찰은 2007년 장희곤 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및 직무유기)로 구속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가 직권남용 혐의로 사법처리 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화 사건 당시에도 이택순 경찰청장이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시기에 한화 고위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청장이 사법처리되지는 않았다.
더구나 최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간부의 증거인멸 사건으로 검찰수사팀의 경찰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진 상태여서 김 전 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2월에 부임해) 당시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경찰 간부가 이런 짓을 한 것은, 경찰이 청장을 정점으로 조직적인 은폐ㆍ축소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라며 "디지털 증거분석은 수사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인데 경찰의 은폐ㆍ축소는 과학의 영역, 금기의 영역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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