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렸지만 새누리당은 거꾸로 가는 듯 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르면 다음주쯤 '제3 사무부총장'이라는 당직을 새로 만들어 여성 인사를 임명할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직제 개편을 위해 당헌ㆍ당규를 개정할 것"이라며 "여성 배려 인사"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여성 용 당직'을 굳이 따로 만들고 나서야 여성에게 자리를 주겠다는 것은 오히려 여성을 무시하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새누리당은 최근 사무총장, 전략기획본부장, 제1 사무부총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주요 당직 인선에선 여성을 철저하게 소외시켰다. 제2 사무부총장은 호남 출신 원외 인사에게 돌아갔다. 한 여성 의원은 28일 " 2,3부총장은 실권이 전혀 없는 꽃 같은 자리에 불과하다"라며 "더구나 3부총장을 여성 몫으로 정했다는 것은 새누리당에서 여성이 모든 원외 인사들보다 뒤라는 것이냐"고 혀를 찼다. 황우여 대표는 3부총장에 재선 여성 의원을 염두에 두었다가 이 의원이 반발하자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직을 맡은 여성 의원들은 민현주 당 공동 대변인, 강은희 공동 원내공보부대표, 류지영 문정림 원내부대표 등 초선 의원 네 명이 전부다. 그다지 비중 있는 당직들이 아니다. 더구나 강 부대표는 공동 공보부대표 두 명을 모두 남성에게 맡긴 것이 질타를 받자 당 지도부가 부랴부랴 추가로 임명했다.
한 고위 당직자는 "요직을 맡길 만한 다선 여성 의원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여성 의원 기근 현상'을 자초한 것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해 19대 총선에서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경쟁력 있는 재선 이상 여성 의원들을 대거 낙천시켰다. 그 결과 재선인 김희정, 김을동 의원이 당내 최다선 여성 의원이 되는 웃지 못할 기묘한 현상이 벌어졌다. 민주당엔 3선 이상 여성 의원은 3명이고, 재선은 4명이다.
새누리당이 이런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하지 않은 채 "여성 용 당직 한 자리 만들면 여성 표심이 움직이겠지…"라고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착각이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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