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한 데는 정부 출신 임승태 금융통화위원의 '변심'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심 동결을 유지하기 바랬던 한은 집행부는 임 위원의 입장 변화로 금통위원 중 인하 의견이 과반수가 되자 어쩔 수 없이 대세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은이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발언자를 익명으로 기록)에 따르면 임승태 위원으로 추정되는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에서 0.25%포인트 인하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달에 이어 인하 입장을 고수한 3명(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위원 추정)에 임 위원의 표가 더해지자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4명이 인하를 지지하면서 결론이 정해졌다. 결국 소수가 된 한은 집행부(김중수 총재, 박원식 부총재)가 대세를 따르기로 하면서 6대1의 인하 결정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한은 집행부와 함께 동결에 섰던 문우식 위원(한은 추천)만 이달에도 홀로 동결을 고수했다.
하지만 한은 안팎에서는 한 달 새 동결에서 인하로 입장을 바꾼 위원들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많다. 임 위원(추정)은 "금리인하의 수요진작 효과를 여전히 자신하기 어렵고 금리인하보다 신용확대 정책이 더 유효한 상황"이라면서도 "정부와 한은의 정책 엇박자가 초래하는 소모적 비용이 금리인하의 부작용보다 크다"며 인하를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은이 4월 발표한 총액한도대출 확대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고 못 박으며 금리인하 불가피론을 강조했으나 한은의 총액한도대출은 아직 확대를 준비하는 단계다.
박원식 부총재로 추정되는 위원 역시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회복세에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정부의 추경이 확정됐고 금리인하로 경제성장세의 조기 회복을 도울 필요가 있다"며 돌연 인하를 주장했다. 두 위원은 이 같은 주장 이후 공교롭게도 "향후 금리 추가인하는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금통위 스스로 신뢰를 까먹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당수 금통위원 발언이 경제상황 판단에 따른 소신이라기 보다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춘 논리라는 인상이 강하다"며 "애매한 경기상황에서 정부에 맞서 동결을 택했던 4월과는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