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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사 디자인 베낀 뒤 "환불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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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사 디자인 베낀 뒤 "환불해주세요"

입력
2013.05.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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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에 20대 초반 중국인 여성 2명이 서로 깍지를 낀 채 돌아다녔다. 그 깍지 속에는 초소형 카메라가 들어있었다. 그들은 여성매장을 들락날락하며 진열된 신상품을 몰래 촬영했다. 이를 목격한 A 브랜드 매장직원 김모(26)씨가 카메라 든 손을 잡으며 제지하자 이 여성들은 중국어로 거세게 항의하다 백화점을 빠져나갔다.

인근 또 다른 백화점 여성의류 매장에선 30대 중국인 여성이 최첨단 장비인 초소형 카메라 내장 안경까지 동원해 여성의류를 촬영하다 직원에게 들켰다. 이 여성은 당시 매장에서 의류를 눈높이로 들고 안경테를 자꾸 만지작거렸고, 이를 수상히 여긴 매장직원이 뒤에서 보니 안경알에 카메라 렌즈가 보여 촬영을 막았다.

매장에서 유명 브랜드의 신상품만 골라 디자인을 무단 도용하는 '브랜드 카피족'들로 백화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게 아니다. 유명 상표 의류만 골라 샀다가 복제를 위해 아예 옷을 해체한 뒤 허술하게 다시 꿰매 환불을 요구하는 카피족도 있다.

이달 초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의 B 브랜드 매장에선 30대 후반 여성이 2주 전에 구입한 옷을 몇 벌씩 한번에 들고 와 환불을 요구했다. 이에 판매직원이 옷을 살펴보다 원피스 밑단의 분필 자국과 삐뚤어지게 재봉합된 이음새를 발견, 환불을 거절하자 이 여성은 "처음부터 옷이 불량이었다"며 거세게 항의하다 돌아갔다. 이런 일이 빈번해지자 일부 백화점들은 매장 한가운데 '상표디자인 무단도용 시 환불 불가'안내문을 세워두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주말마다 꼭 한 두 명의 악성 카피족이 온다"며 "준명품급 매장이나 한류 열풍 탓인지 S옴므 같은 국산 의류 매장들이 타깃"이라 말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 카피족들이 계절 신상품이 몰리는 5월, 8월, 10월쯤만 되면 부쩍 눈에 띄고, 최근엔 구매조, 반품조, 카피조로 나눠 조직적으로 활동한다. 심지어 모녀, 부부 등 가족 단위로 위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한꺼번에 많게는 수십 벌까지 사는데 구매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현금만 지불하고 포인트 적립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반품을 위해 건당 5,000원~1만원을 주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들은 카피족들이 중국 등에서 고급 디자인만 골라 베끼는 모조품 전문제조업자나 서울 동대문 등 의류 도매업체 관련 전문 카피업자들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저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카피족을 근절하기 어려운 게 백화점들의 고민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자주 오는 카피족은 우리도 주시하지만 물증을 잡기란 어렵고 또 옷마다 지적재산권 등록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처벌하기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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