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명 보육원에서 아동학대가 연달아 발생했지만 관할 구청이 해당 시설의 영업을 정지시키는 대신 보육교사들에게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하는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아동복지시설에서 학대 행위가 확인되면 사업정지, 시설장 교체, 시설폐쇄가 가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보육원 송죽원에 거주하는 A(당시 9세)양이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고발이 접수됐다. 학교 교사가 A양 손등의 멍을 발견하고 아동학대를 의심한 게 발단이었다. A양은 허벅지와 종아리에도 멍이 심하게 든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 보육교사는 시설 내 언니와 다퉜다는 이유로 A를 꾸짖다 A양이 도망가자 단소로 10여분 동안 온몸을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보육교사는 결국 3월 아동학대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 300만원을 선고받고 퇴사했다. 평소 간질 증세가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던 피해 아동은 현재 다른 지역의 보호시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송죽원의 아동학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청 등에 따르면 송죽원은 앞서 지난해 6월 또 다른 보육교사가 아이들에게 손찌검을 하고 언어폭력을 가하다 발각돼 퇴사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구청은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학대가 발생하면 6개월 이내에 사업정지를 시킬 수 있지만 송죽원을 폐쇄시킬 경우 그 동안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대신 시설에 강력하게 시정 조치를 요구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관리·감독을 더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죽원은 올 초 이사장의 횡령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서울시 감사과는 1월 당시 이사장 유모(86)씨를 2008년부터 수년 간 아동 후원금 3,7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쓴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독립운동가 고 박현숙 여사가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비밀여성결사단체 '송죽회'의 이름을 따 1945년 설립한 송죽원은 명절을 전후로 안전행정부 장관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자주 찾으며 유명세를 탔다. 현재 시설에는 원장 1명, 보육교사 10명을 포함해 2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아동·청소년 49명이 거주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설에 지급한 보조금은 9억9,500만원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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