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사립대 여교수 A(47)씨는 대학 신입생이던 1986년 대학 이사장 B(85)씨와 처음 만나 알고 지냈다. 이들이 38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것은 B씨가 교환교수로 가 있던 미국 대학에 1991년 A씨가 유학을 가면서부터였다. 2년 뒤 이들은 함께 귀국했고 A씨는 1995년 교수가 됐다. 이들은 2003년 일본 도쿄에서 지인 3명을 불러 간소한 결혼식을 열고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B씨는 A씨를 만나기 전까지 독신으로 살아왔다.
그러던 중 B씨는 2007년 급성 뇌경색으로 쓰려져 병상에 누웠고 2년 뒤 A씨는 B씨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혼인신고서를 쓰고 B씨 도장을 찍어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에 반발한 B씨 가족은 허위 혼인신고를 했다며 A씨를 고발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장성관 판사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에 의한 일방적인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 합의를 할 의사능력이 부족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두 사람이 사실상 부부로 생활했고, B씨에게 혼인 의사를 철회하거나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유효한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B씨 가족은 A씨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됐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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