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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전 제주 민중의 학살 현장·아픔, 연극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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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전 제주 민중의 학살 현장·아픔, 연극으로 전한다

입력
2013.05.2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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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ㆍ3 사건을 그린 소설가 현기영의 (1978년)이 극단 물결의 연극으로 거듭난다. 이 소설의 극화는 이번이 처음으로, 작품 배경인 제주 북촌리 학살이 벌어지고 65년 만이다.

큰할아버지 댁, 1949년 제주 북촌 마을 학살이 벌어진 순이 삼촌의 옴팡밭, 1979년 나(현철)의 서울집 등을 오가며 해방 정국의 제주도를 뒤엎은 이념 대립의 참혹상을 그려낸다. "혼자 살아난 순이 삼촌 허는 말을 들으난, 군인들이 (…)이마빡을 쪼사 피를 찰찰 흘리멍 살려달렌하던 모양이라." 당시 현장을 목격한 사람의 말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무대는 군의 소개 작전에 의해 잿더미가 돼 버린 마을의 정황과 그를 둘러싼 해방 공간을 등장 인물의 입을 빌어 묘파해낸다. "폭도도 무섭고 군경도 무서워서 산으로 떠나간 양민들도 폭도로 간주했으니…."(당시 일을 회상하는 나의 말)

극의 중심은 순이 삼촌이라는 순박한 여인이 겪어야 했던 역경이다. 제주에서는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을 남녀 구분 없이 삼촌이라 부른다. 그녀는 남편이 빨갱이로 몰려 경찰에 맞아 죽는 꼴을 목도한 것도 모자라 자식 둘까지 총에 잃었다. 총성의 환청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꿩약을 먹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무대는 구천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을 위한 제의의 현장이기도 하다. 연출자 김봉건은 우선 학살된 영혼들을 생각했다. 조명, 오브제, 코러스 등 연극적 장치로 혼백들을 상징하고 그들에게 바치는 씻김의 현장으로 이 무대를 만들었다. 양주별산대놀이 때 인연 맺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국악 연주단이 그의 뜻에 흔쾌히 동의해 '밭 가는 소리' 등 쉬 들을 수 없는 현지의 농요 가락들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이번 작업에는 원작자 현기영도 참여해 매끄러운 극의 전개를 위해 없던 인물을 창조하는 등 꽉 찬 무대를 위해 힘을 보탰다. 날것 그대로의 제주 토속어가 정겹다. 양희경 백성현 등 출연. 6월 6~30일 충무아트홀 블랙. 1599-7837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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