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 협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나섰다. 북측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어제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공업지구 기업가들의 방문을 이미 승인한 상태이며 그들이 들어오면 제품반출 문제를 포함하여 공업지구 정상화와 관련한 어떠한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방문 기업인들의 신변안전 우려를 제기한 것에는 "공연한 걱정"이라며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으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성원들을 함께 들여보내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고 존엄 모독에 대한 사과 등 '근본문제' 선결을 요구하며 기업인 방문에 소극적이었던 종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얼마 전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다양한 형식의 대화를 원한다고 한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제의한 당국간 실무회담은 거부하면서 민간차원으로만 접근하는 의도가 미심쩍기는 하다.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이중적 행태가 아니냐는 의심이 일 만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그런 의심을 증폭하면서 당국간 실무회담에 먼저 임하라며 북측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국간 실무협상을 통해 우리측 인원들에 대한 보다 확실한 신변안전 보장과 함께 더 이상 임의적으로 공단출입을 통제하는 등 공장가동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분명한 약속을 받아낸다면야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 협상에서 보았듯이 근본적 접근은 부지하세월이다. 공단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한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입주기업들의 주요 기계설비들은 대부분 지하에 설치돼 있다. 1개월도 남지 않은 장마철에 대비해 점검과 관리를 하지 않으면 주요 설비들은 금방 고철덩어리가 될 판이다. 북측은 우리 정부가 실무회담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현 중단사태를 장기화해 설비와 자재를 다 못쓰게 만든 다음 공업지구가 스스로 사멸되게 하자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가소로운 소리지만 정부가 입주기업인들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하고 실무회담만 주장하면 그런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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