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을'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주최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피해사례 보고대회'가 열린 28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최근 상가 건물주인 가수 '리쌍'이 해당 건물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던 임차인에게 임대계약파기를 통보하면서 불거진 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두고 임차상인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리쌍 소유 건물의 임차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서윤수 대표는 "이제 겨우 단골들이 생기면서 수익이 나기 시작했는데 5년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게 돼 너무 억울하다"며 입을 열었다. 지난 2010년 11월 권리금 2억7,500만원, 시설비 1억 여원을 투자해 곱창집을 창업한 서씨는 당시 임대인으로부터 5년간 계약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1년 6개월 뒤 해당 건물이 '리쌍'에게 팔리면서 재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는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임대료를 더 내고 장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며 "환산보증금(3억4,000만원)이 3억 원을 넘어 법에 보장된 5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 3억 원 이하(서울기준) 임차인의 경우 최장 5년까지 한자리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임대차 계약을 보장해 주는 법으로 지난 2001년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이 법 2조는 환산보증금 3억 원 이하만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지역 상가의 75%가 보증금 3억 원 이상이라 실제 보호받을 수 있는 임차인은 4분의1에 불과하다. 또 10조 1항은 건물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할 경우 임대차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어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계약 해지할 경우 사실상 거부할 방법이 없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이선민씨는 재건축을 이유로 계약 해지된 케이스다. 지난 2009년 인테리어와 설비 비용으로 약 8,000만원을 투자해 카페를 연 이씨는 8개월 뒤 건물주로부터 "재건축을 해야 하니 가게를 빼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건물주에게 현실적인 이주 보상을 요구했지만 1,500만원을 주겠다는 답만 돌아왔다"면서 "보호법의 예외조항인 '재건축'항목은 임차인의 영업권을 재산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상경한 박성준씨도 "제주시 연동의 일명 '바오젠거리'에서 꼬치가게를 운영하다 새로운 임대인으로부터 재건축을 이유로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임대차보호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불합리한 조항을 없애 유명무실해진 법을 바로잡아야 한다"라면서 "재개발, 리모델링으로 인한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축소하고 퇴거보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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