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주로 이슬람 시아파 주민을 겨냥한 폭탄테러가 10여 차례 발생해 최소 6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다시 악화한 이라크의 종파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내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난 곳은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주거구역 하비비야로, 두 번의 폭탄테러로 12명이 숨지고 35명이 부상했다. 역시 시아파가 모여 사는 알말리프의 노천시장에서도 연쇄폭발로 6명이 숨졌고 상업 중심가인 사도운 거리에서도 5명이 숨졌다. 뉴바그다드, 사비알부르, 바야, 카지미야 등에서도 사상자가 나왔다.
테러범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한 수법이나 시아파 거주지를 노린 점 등을 들어 알카에다와 연계된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이슬람국가(ISI)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리아와 맞닿은 서부 안바르 주를 근거지로 하는 이 조직은 시리아 반군 내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누스라와 공조관계에 있어 자칫 시리아 내전을 이라크로 확산시키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일 시아파-수니파의 테러 공방으로 113명이 숨지는 등 이라크에서는 이달 들어 테러로 최소 450명이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최소 700명이 숨져 2008년 6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AP통신은 "최근 갈등 양상은 종파 간 학살을 저지르며 내전 일보직전까지 갔던 2006~2007년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이라크 소수종파(인구 25%)인 수니파는 2003년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집권한 시아파 정부가 부당한 종파 차별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하다 지난해 12월부터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해왔다. 이라크 전문가 마리아 팬타피는 지난달 총선 국면에서 깊어진 양측의 갈등이 총선 직후 일어난 '하위자 사건'으로 격화했다고 지적했다. 하위자 사건은 지난달 23일 정부군이 하위자 마을에서 시위하던 수니파 주민에게 총격을 가해 50명 이상 숨진 일을 말한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최근 군 지휘부를 교체하고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ISI 소탕작전을 개시하는 등 폭력사태 진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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