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참 숙제가 많았던 영화에요. 액션도 처음인데다 북한 사투리도 익혀야죠. 또 바보가 되는 숙제가 정말 컸어요. 결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주연이라는 부담감이었어요."
'해가 품은 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김수현이 바보가 되어 돌아왔다. 6월 5일 개봉예정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그는 날카롭고 냉철한 북한 공작원 원류환과 순박한 동네 바보 방동구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동네 바보로 위장해 지령을 기다리는 간첩 역의 김수현은 녹색 체육복과 덥수룩한 더벅머리를 한 채 콧물 흘리기는 기본이고 '1일 3회 이상 넘어지기, 2인 이상 보는 앞에서 월 1회 노상 소변 보기, 6개월에 1회 이상 노상 대변 보기' 등 북에서 정해준 행동강령을 그대로 따르면서 매력덩어리 바보를 연기해낸다.
"바보를 준비할 때 목표로 삼은 건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겠다는 거였어요. 실제 바보가 바로 옆에 있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힘 빼는데 노력을 많이 했죠. 그랬더니 다른 연기에도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바보가 완성되어가는 쾌감이 무지 컸어요."
이 영화는 누적 조회 수 2억5,000만을 기록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만화 스토리가 영화가 될 때 배우는 어떤 어려움을 느낄까. "(상상력이 한껏 동원되는)만화 속 그림을 인간이 재연하려다 보니 아무리 비슷하게 하려 해도 분명 이질감이 들고 튀어 보일 텐데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그는 "웹툰에 정답이 나와 있으니 만드는 과정이 편한 점은 있더라"며 "작가에게서 받은 만화책을 항상 들고 다니면서 연기가 막힐 때마다 시나리오 보듯 반복해 보며 해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비밀 공작원이다 보니 소화해야 할 고난도 액션도 많았다. 이제껏 강도 높은 액션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그는 그를 위해 액션스쿨을 다니며 앞구르기, 낙법 등을 배웠다. 김수현은 "추운 겨울에 촬영해 몸이 얼거나 굳어 여기저기 상처를 많이 입는 등 촬영현장은 힘들었다"면서도 "동료들과 함께 합을 맞춰 장면 만들어가는 게 재밌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김수현의 식스팩 복근도 만날 수 있다. 그는 "부피감 있는 몸이 아닌 잘게 갈라지는 근육의 몸을 만들고 싶었다"며 몸 만들기 과정에서는 "운동 보다 배고픔과 싸우는 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시청률 40%의 '해품달', 천만관객을 기록한 '도둑들' 등에 출연해 영예를 누린 그의 나이는 이제 스물 다섯이다. "지난해부터 왕 역할에서 막내도둑, 동네 바보 등 갖가지 색깔에 도전하고 있어요. 아직은 이것 저것 도전했다 실패해도 괜찮은 나이잖아요. 시간이 지난 뒤 관객이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에요. 작품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더라도 '아 김수현 나오는 거라면 믿고 볼 수 있어' 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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