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가 또 시끄럽다.
이번엔 법인 이사회가 말썽이다. 3년 임기가 끝난 이사들이 '긴급사무처리권'을 내세워 짧게는 두 달, 길게는 다섯 달이 넘게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일이 계속되면서 학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교수평의회와 노조, 총학생회 등 대학 구성원들은 "비리이사와 구 경영진 측 이사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신임 개방이사 선임을 두 차례나 무산시켰다"며 이들의 퇴진을 촉구하는 단식투쟁까지 벌이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조선대 구성원들은 28일 대학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는 비리이사와 임기 만료 이사들의 자격을 박탈하고, 이들의 이사회 참여를 제한하라"고 촉구했다. 구성원들은 "임기 만료 이사들이 자리에 연연하며 두 차례나 개방이사 후보가 추천됐는데도 모두 부결시키는 등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작태만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조선대 법인 이사회는 정이사 9명 중 강현욱 이사장을 포함한 7명(사퇴 1명 포함)이 지난해 12월31일, 나머지 2명이 올해 3월9일로 임기가 끝난 뒤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두 달 넘게 '이사회 부존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임기 만료 이사들은 긴급사무처리권을 앞세워 이사로서의 기존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법적(민법)으로 이사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 이사가 임명될 때까지 급박한 현안에 대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근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리 긴급하지도 않을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자리보존을 위한 권한만 휘두르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이 '개방이사는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일반 임원(이사)는 임기 만료 2개월 전까지 선임해야 한다'는 조선대 정관 규정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이사 선임 절차를 밟은 데다, 개방이사도 선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사회는 지난달 22일 N이사의 사퇴로 공석이 된 이사 1명을 뽑기 위해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의 개방이사 후보에 대해 선임 투표를 했지만 과반(5명) 득표자가 없어 선임이 불발됐다. 또 지난 27일에도 개방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지만 마찬가지로 과반 득표자가 없다는 이유로 뽑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학내 안팎에선 "임기가 끝난 이사들이 진즉 했어야 할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이상한 권한을 핑계로 자신들의 자리만 지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비리이사와 구 경영진 측 이사들이 결탁해 개방이사 선임과 후임 이사회 구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임기 만료 이사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임기 만료' 이사들은 묵묵부답이다.
대학자치기구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사실상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권한행사를 하고 있는 임기 만료 이사들의 퇴진을 위해 법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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