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인도 총리에 취임한 만모한 싱(사진)은 조용한 사람이다. 해외 방문 때를 제외하고는 2011년 이후 공식 기자 회견을 한 적이 없고 공적인 발언도 작은 목소리로 해서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다. 그의 이런 성격은 고결함과 품위 그리고 미덕으로 칭송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는 현안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해 싱 총리의 무거운 입이 이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7일 보도했다.
인도 언론 힌두스탄 타임스는 최근 칼럼에서 "그의 침묵은 이제 나약함과 소통 부재 그리고 감출 것이 많은 믿을 수 없는 지도자도 해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전문지 인디아투데이와 테헬카도 비슷한 비판을 가했다.
최근 몇 주간 중국의 군대가 인도와 영토 분쟁 중인 지역에 캠프를 치고 주둔하자 야당 정치인들이 강력한 대응을 요청했는데도 싱 총리는 침묵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강국이 각자의 이해를 위해 인도와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으나 싱 총리는 어떤 화답도 하지 않고 있다. 싱 총리가 석탄부 장관 직무대행을 겸하던 2004년 7월부터 2년여 동안 탄광 57곳의 채굴권을 투명한 절차 없이 민간업체에 배분한 부패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철도장관이 뇌물 사건에 연루돼 야권이 경질을 요구했는데도 싱 총리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야권은 그런 싱 총리에게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여당인 국민회의당의 대표로 국회를 이끌고 있는 소냐 간디가 3월 10일 싱 총리를 만나고서야 두 장관의 사임이 발표됐다. IHT는 "정부 수장이 싱 총리인지 소냐 간디인지 헷갈리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인도는 내년에 총선이 예정돼 있다. IHT은 "여권의 연이은 실정을 무마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돼야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