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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1세대들이 사는법… 나누고 돕고 함께하기

입력
2013.05.2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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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사재 20억 털어 도서관 건립… 아이들 독서 위해 무료 개방이재웅 다음 창업자벤처 육성위해 기업 '소풍' 설립… 자동차 나눠 타기 운영에 도움도김정호 前 한게임 사장국제구호단체에 꾸준히 지원…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 대표 맡아김정주 넥슨 창업자7월 국내 첫 컴퓨터 박물관 개장… 아이들의 IT 꿈 위해 강연 계획

강원 춘천시 효자 1동 주택가 한복판에 지상 3층, 연면적 495㎡(약 150평) 크기의 아담한 도서관이 하나 있다. '담작은도서관'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이 곳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도서관에 선정됐다. 사립 도서관으론 처음이다.

도서관을 설립한 곳은 어린이도서관문화재단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설립자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이다. 이 의장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NHN 직원들조차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이 의장은 학창시절 가장 좋아했던 책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었다. 그 만큼 정보에 대한 갈증이 컸던 그는 아이들에게 책을 마음껏 읽게 하고 싶어 지난 2008년 사재 20억원을 넣어 도서관을 세웠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인체에 무해한 천연도료를 사용한 책꽂이를 비치하는 등 도서관 설계부터 내부시설까지 꼼꼼하게 챙겼다고 한다.

이 도서관에는 수유실과 동아리방, 하늘정원까지 마련돼 있어 주민들의 휴게공간 역할도 겸하고 있다. 총 2만5,000여권의 도서를 비치한 이 곳은 무료 개방되는데, 회원이 어느덧 1만명을 넘어섰고 이중 어린이 회원이 4,000여명에 이른다. 이 곳은 지역 도서관의 모범으로 소문이 나면서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의장을 비롯한 벤처 1세대들은 지금 대부분 경영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대신 이들은 번 돈으로 나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이벌인 다음의 이재웅 창업자는 본사를 제주로 옮긴 뒤, 현지에 머물며 여러 개의 사회적 기업에 관여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대주주이지만 회사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대신 벤처육성을 위한 인큐베이터기업 '소풍'을 설립, 대표를 맡고 있다. 또 자동차 나눠 타기를 위한 사회적 기업 '쏘카' 설립에 참여해 운영 등을 도와주고 있다. 다음 관계자는 "이재웅 창업자는 과거부터 작은 기업을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자주 말해왔다"고 전했다.

NHN 창립멤버로 한게임 사장을 지낸 김정호씨는 현재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대표를 맡고 있다. 자폐 등 발달장애인들을 고용해 인쇄, 명함제작, 원두커피 등을 만들어 기업에 판매하는 회사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기업들은 사내 음료를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포장해 배달하는 베어베터 커피로 교체하기도 했다.

베어베터라는 사명의 유래도 흥미롭다. 김 대표는 2008년부터 국제구호단체를 통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이름을 감춘 채 '곰아저씨'라는 별명으로 곰보빵과 학용품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지원한 액수만 6억원에 이른다. 그는 '더 나은 곰아저씨가 되고 싶다(bear better)'는 열망을 사명에 담았다.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을 세운 김정주 NXC 회장은 제주에 국내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을 만들어 오는 7월 개장한다. 제주시 한림수목원 인근에 들어서는 이 박물관은 1980년대 컴퓨터와 게임기 등 정보기술(IT) 기기들을 전시해 방문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10년 전부터 컴퓨터와 게임기, 슈퍼컴퓨터 등을 수집했으며 앞으로 이 곳에서 강연회 등도 하며 아이들이 IT에 대한 꿈을 키우도록 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 1세대들은 기성 재벌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뒤 사회공헌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기존 재벌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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