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봉곡동 한 아파트단지 주변 도로. 매일 밤이면 주변 공터는 물론이고 아파트 출입구 바로 근처까지 점령한 대형 카고트럭과 트레일러로 북새통이다. 신평동이나 양포동 등 큰 차를 댈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심야 노숙하는 불법주차 화물차량이 기승이다. 김모(45ㆍ회사원)씨는 "불법 주차중인 대형 화물차를 피해 운전하느라 신경이 쓰이고, 승용차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소음 등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내륙 최대 수출산업단지인 경북 구미시가 화물차 노상주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미시와 화물연대 등에 따르면 구미시에 등록된 화물차량은 2,385대로 이 중 차고지가 필요한 1톤 이상만 1,709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차량의 절반 가량은 실제로 화물차 주차가 불가능한 서류상 차고지에 불과하다. 또 차고지가 있더라도 운전사의 거주지나 화물 상하차지점에서 멀기 때문에 불법주차를 일삼고 있다.
게다가 대구 부산 경기 등지에 차적을 두고 화물을 싣고 온 뒤 다음날 싣고 가기 위해 구미에서 밤을 새우는 화물차량도 상당수에 달해 화물차 주차 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불법 화물차 노숙 때문에 소음과 매연, 사고위험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매일 단속하기도 어렵고, 불법 주차한 화물차들이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단속만이 능사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등은 물류비 절감과 민원 해소를 위해 공단 인근에 외지 화물차량 등을 위한 별도의 공영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구미IC~수출탑 사이 공터와 3단지 동락공원 아래 둔치에 마련된 주차장에 진입로를 확장, 화물차 주차공간으로 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법적 제약 등으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부산이나 경남 양산시, 창원시 등은 지자체 차원에서 화물차 주차장 조성에 적극적인데 구미시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산시는 남양산IC 인근과 분기점 아래 공터에, 부산은 삼락공원 축구장과 도로변 사이, 창원시는 지난 2007년 13억원을 들여 375면의 주차장을 별도로 조성했다.
구미시도 금오산대주차장에 버스ㆍ대형화물 전용주차장 32면을 만들어 놓았지만 턱없이 부족한데다 거리가 멀어 이용 차량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귀환(45)화물연대 구미지회장은 "부도로 가동을 멈춘 공장의 공터를 시가 임대하거나 농지 용도변경 등을 통해 화물공영주차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몇 달간이나 시에 요청했는데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남기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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