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미국 국가안보국(NSA) 정보처리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인 윌리엄 비니(69ㆍ사진)의 메릴랜드 자택에 연방수사국(FBI) 요원 12명이 들이닥쳤다. 그 중 한 명은 욕실에서 씻고 나오던 비니에게 총까지 겨눴다. 그들은 "미국 정보기관이 영장도 없이 도청을 하고 있다"는 2005년 뉴욕타임스(NYT) 기사의 취재원으로 비니를 지목했다. 결국 무혐의로 드러났지만 비니는 사업을 접어야 했다.
언론 보도의 취재원을 색출하기 위해 전현 공직자들을 무차별 수사하는 미국 정부의 과잉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7일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AP통신 기자의 취재원을 색출하기 위해 최근 공직자 550명을 조사했다. AP통신이 지난해 5월 7일 내보낸 '중앙정보국(CIA)의 미국행 비행기 테러 저지' 기사의 취재원을 찾기 위해 기자들의 통화 내역을 광범위하게 조회하기도 했다. 이 기사로 인해 "미국을 겨냥한 테러 위협은 없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가 허구라는 점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기밀 유출자 찾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이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보도한 NYT 기자의 취재원을 찾기 위해 백악관과 국방부 등에 해당 기자와 접촉한 내부 이메일이나 통화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미국에서 간첩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김(한국명 검색하기">김진우ㆍ46) 관련 수사에서도 폭스뉴스 기자의 통화 기록과 이메일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한 건의 기밀 보도가 있을 때마다 수백명의 공직자가 조사를 받는데 그들은 변호사 비용도 각자 지불해야 하고 언론의 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니도 변호사 비용에 7,000달러(약 785만원)를 들였고 조사를 받으며 개인 컴퓨터와 사업기록 등을 압수당해 지난해 압수품 회수를 위해 소송까지 냈다. 수학자 출신의 비니는 거의 40년간 NSA에서 일하며 획기적인 정보시스템을 구축했고 퇴직 후에도 3명의 전직 요원들과 함께 안보 관련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기밀 유출 혐의가 무혐의로 밝혀졌는데도 NSA는 비니에게 1965년부터 부여해온 기밀접근권을 차단했다. 그는 결국 연 30만달러(약 3억3,600만원)의 수익을 내온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처럼 기밀 유출자 색출 작업은 많은 부작용을 내며 언론자유 탄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유출자를 제대로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데이비드 포젠 교수는 "수년간 수 천 건의 기밀 유출 관련 기사들이 보도됐지만 10명 정도만 기소됐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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