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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시래기 끓여 급식까지 한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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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시래기 끓여 급식까지 한 어린이집

입력
2013.05.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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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명일동 A어린이집 원장 정모(49)씨는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버려진 배추 시래기를 대량으로 수거해 삶아 보관하면서 수시로 된장을 풀어 원생들에게 국을 끓여 먹였다. 정씨는 유통기간이 지난 생닭도 조리해 먹이고 이에 항의하는 조리사를 해고한 뒤 어린이집연합회 블랙리스트에 올려 재취업을 막기까지 했다. 이런 방식으로 80여명의 원생과 보육교사들의 한끼 식사에 들인 비용은 고작 1만2,000원. 국고에서 지원하는 중식비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 곳에 2살배기 딸을 보냈던 박모(32)씨는 "아이 몸에 두드러기가 나 내 잘못인 줄 알았는데 싸구려 식재료 때문이었다니 기가 막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불량 식재료 사용과 횡령 등 소문이 무성했던 어린이집 운영비리가 경찰 수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실시로 재원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뒤에서는 국고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국고보조금과 특별활동비 횡령 등 혐의로 어린이집 원장 55명을 입건하고 죄질이 나쁜 7, 8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특히 경찰이 강남 일대 어린이집 760여 곳의 수입ㆍ지출 내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 3년간 허위 교사 등재, 식재자비 과다 결제 등으로 횡령한 국고보조금에다 특별활동업체와 짜고 빼돌린 특별활동비가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활동비는 음악, 체육 등 강사를 초빙할 때 학부모로부터 과목당 3만원가량씩 따로 걷는 교습비다.

경찰 조사결과 어린이집 원장들은 백화점식 비리로 돈을 챙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에서 3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씨는 남편을 보육교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매달 180만~2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가로챘을 뿐만 아니라 입출금 전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보육교사 수당과 특별활동비를 빼돌려 7억3,000여만원을 챙겼다.

구의원이자 또 다른 어린이집 원장 이모(51)씨도 5개 어린이집을 문어발식으로 운영하면서 과목당 3만원씩 강사료를 지급한 뒤 이중 2만원을 특별활동업체로부터 돌려받는 등 특별활동비와 식재료비를 과다결제 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2억 2,7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파구 B어린이집 등 20여곳은 원생 80여명에게 실제로는 하루 1리터들이 우유 2팩만 먹이고 월 10만원 정도를 지불하면서도 업체와 짜고 월 60만~100만원을 지급한 뒤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간식비를 가로챘다.

이들은 각종 시설공사비와 교재구입비도 거래명세표를 위조하거나 부풀리는 방식으로 횡령하고 우는 영아를 시끄럽다며 이불로 덮는 등 아동학대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구청 공무원 3명이 어린이집 420여곳을 관리, 감독하고 당국의 회계감사가 부실한 점을 악용,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와 함께 노모(40)씨 등 16명에게 1인당 200만∼320만원을 받고 허위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한 혐의로 보육교사원장 안모(49)씨와 사회복지대학 강사인 현직 목사 김모(62)씨 등 31명을 적발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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