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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계좌 활용한 주가조작' CJ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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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계좌 활용한 주가조작' CJ뿐일까

입력
2013.05.2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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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자금출처 확인이 어려운 해외계좌를 활용해 국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CJ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검은 머리 외국인'(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한국인 투자자)을 이용한 시세 조종은 대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주가조작 수법이기 때문이다. 중ㆍ소형주 투자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진 검은 머리 외국인이 시가총액 12조원을 넘는 CJ그룹 주가까지 조작했다면,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둔 다른 대기업도 동일한 수법으로 시세차익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조사 중인 CJ의 검은 머리 외국인을 통한 시장교란 행위는 증권가에선 고전적인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방법은 이렇다.

우선 외국계 자본이 해당 주식에 유입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비밀이 보장되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매수주문을 낸다. 이후 유망 주식으로 착각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주가가 뛰면 물량을 일제히 처분한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투자 패턴을 좇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문제는 이런 뻔한 수법이 아직껏 국내 증시에서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의 실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취득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에 투자등록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 등록자가 외국 자본인지, 해외에 있는 국내 법인의 페이퍼컴퍼니인지 가려 내기가 쉽지 않다"며 "검은 머리 외국인이 한국 본사의 내부 정보로 주식 투자를 하더라도 외국인이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때도 국내 증시는 투기성 짙은 검은 머리 외국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 등 대선 후보와 관련된 각종 정치테마주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밀려들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10여 개 이상이 대선 관련 중ㆍ소형주였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그 동안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해왔다. 정치테마주에 몰린 외국인은 '검은 머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또한 시세차익을 노린 검은 머리 외국인일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으나 배후를 밝혀내는 데 실패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매매 주문을 내는 주체를 일일이 파악하지 않는 한 현재의 감시 시스템으론 (한국법인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CJ의 주가조작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다른 재벌기업도 해외 비자금을 활용해 같은 수법으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등 한국법인 투자자에 대한 접근에 한계가 있어 그 동안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CJ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대기업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다각적인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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