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가시 돋친 설전을 했다.
마켓워치는 26일 대표적 긴축론자인 하버드대의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양적완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감정 섞인 비난을 주고 받으며 논쟁했다고 전했다.
발단은 라인하트와 로고프 교수가 2010년 발표한 '부채시대의 성장'이란 공동 논문이다. 이들은 이 논문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 를 넘으면 성장이 둔화된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재정위기가 한창인 유럽에서 긴축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러나 4월 앰허스트대 연구진이 논문에 쓰인 데이터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긴축을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크루그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신문 칼럼을 통해 두 교수를 수 차례 비판했다. 최근에는 “그들의 논문은 성역화된 지위를 잃었을 뿐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라인하트와 로고프 교수는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크루그먼 교수를 향해 "당신이 지난 몇 주간 우리 논리를 공박하면서 보인 정중하지 못한 태도에 몹시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오류를 발견한 앰허스트대의 논문도 높은 부채비율이 성장을 저해한다는 (우리의)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반박한 뒤 "오류가 드러날까 두려워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당신의 주장은 우리의 도덕성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이라고 항의했다.
크루그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기고해온 뉴욕타임스(NYT) 26일자에 '자유로움의 양심'이란 제목의 반박 글을 올려 두 교수의 연구에 있는 ‘분석적 오류’를 물고 늘어졌다. 그는 두 교수의 논문이 영국이나 미국처럼 채무 비율이 90% 근처인 국가의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모호한 논리 때문에 큰 피해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루그먼은 이전에도 긴축론을 주장하는 이들을 향해 "긴축론자들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낡은 이론을 고수한다"면서 "이는 바퀴벌레가 치워도 치워도 자꾸 나타나는 것과 같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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