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하지도 않은 보육교사를 등록하는 것은 다반사다. 자격증 없는 남편과 딸까지 허위로 등록해 국가보조금을 빼돌린다. 특별활동비나 수당을 지급한 것처럼 은행 전표를 조작해 7억3,000만원을 가로챈 원장도 있다. 주 2회 1시간씩 해야 하는 특별활동도 절반으로 줄이고는 강사비를 되돌려 받기도 했다. 문어발식으로 어린이집을 5개나 운영하면서 특별활동비와 식자재비 부풀리기로 2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원장도 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일도 있다. 일부 원장들은 아이들에게 유기농 음식을 먹인다면서 비싼 급식비를 받고는 배추 집하장에 버려진 시레기로 국을 끓어 매달 몇 백 만원씩을 챙겼다.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를 아이들에게 먹이려다 이에 항의하는 조리사를 해고시키기도 했다. 아동에 대한 폭력과 무관심 보다 더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어린이집이 서울 강남권에서만 700곳이고, 2010년부터 지금까지 그곳에서 횡령한 국고보조금과 특별활동비가 무려 300억 원이다. 아직 경찰의 수사가 20%만 진행된 상황이고, 그나마 어린이집의 수준도 비교적 높고, 부모들의 감시의 눈길도 날카로운 서울 강남권이 이 지경이니 다른 곳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린이집 대부분이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배만 불리려고 하는 한 아무리 세금을 쏟아 부어도 소용이 없다.
최근 어린이집의 아동학대가 빈발하자 정부는 하반기부터 지킴이를 두고, 신고포상금도 올리기로 했다. 또 영유아법을 개정해 아동학대 어린이집의 명단을 공개하고, 해당 원장과 보육교사의 자격도 영구히 박탈하기로 했다. 그러나 감시와 처벌강화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이번 경찰 수사가 말해주듯 전국 어린이집의 운영실태부터 낱낱이 점검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문제가 불거진 후에야 이뤄지는 경찰수사와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형식적인 자정선언에만 맡겨선 안 된다. 전수조사를 통해 어린이집의 비리부터 뿌리뽑은 뒤에 정보공개, 모니터링제도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력과 무관심 등 만연한 아동학대는 어린이집의 비리ㆍ부정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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