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배상 문제는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 그래도 이견이 있다면 한국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호소하면 된다. 그때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를 둘러싼 영토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를 바란다."
27일 낮 12시30분. 일본 도쿄 유락초 외국특파원협회(FCCJ) 기자회견장에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오사카 시장)가 30분에 걸쳐 글을 읽어 내려가자 곳곳에서 쓴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회견은 "전쟁에서 위안부는 필요했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은 풍속업을 잘 활용하라"는 등 위안부와 여성을 비하한 그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내외신 기자 300여명이 회견장을 메웠고 회견장에 들어가지 못한 기자들은 응접실 등에 배치된 모니터를 통해 회견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하시모토는 위안부 관련 발언을 사과하기는커녕 한국에 ICJ 회부를 제의하는 등 주제와 어긋한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그는 전쟁 중 위안부가 필요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보도 과정에서 문맥 일부가 잘려 나갔다"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에 풍속업 활용을 권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미국 국민을 모욕한 부적절한 표현인 만큼 철회하고 사과한다"고 했는데 이는 내달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앞두고 악화한 여론을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분별없는 범죄로 미국과 일본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재일 미군의 기강을 철저히 해달라"는 물타기 발언을 덧붙여 주위를 의아하게 했다.
하시모토는 "일본이 위안부를 이용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일본만 비난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변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미군, 영국군, 프랑스군, 독일군, 구 소련군 등에,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는 한국군에 (위안부) 문제가 존재했다"며 "그런데도 일본만 비난받는 것은 정부가 위안부 강제 동원에 관여했다는 것인데 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고노담화를 사실상 부인했다. 그는 "고노담화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고노담화의) 애매한 표현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이 이어지자 한 여기자는 "당신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 덩어리"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는 "유권자가 내 발언을 지지하지 않으면 우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따라 당 대표로 있을지 여부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해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물러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오늘의 기사 제목은 '성의 없는 사죄'로 정했다"며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을 꼬집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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