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총수 일가 비자금 사건 수사가 '검은 머리 외국인'의 증시작전 혐의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해외 조세피난처 등에 총수 일가의 비자금이 조성된 것만 해도 이미 횡령과 배임, 탈세의 의혹이 뒤엉켰을 가능성이 큰 중대 사건이다. 그런데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CJ그룹 경영정보를 독점한 총수 일가가 그 비자금을 외국인 자금으로 위장해 자사주 주가 조작 등을 한 혐의까지 추적 중이라니, 사건의 불법성이 어디까지 치달을지 걱정스럽고 착잡하다.
가뜩이나 해외 조세피난처에 묻어 둔 내국인 비자금과 쓰임새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언론 뉴스타파는 지난주에 이어 어제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한 국내 4개 대기업 전ㆍ현 대표와 임원 등 7명의 명단을 추가로 발표했다. 때맞춰 금감원은 어제 조세피난처의 하나인 케이맨제도 한 곳에만 약 2,800명이 7조7,000억 원의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했다고 밝혀 조세피난처 비자금과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의 상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단 CJ그룹 총수 일가의 주가조작 혐의는 그룹 지주회사인 ㈜CJ가 출범한 2007년 전후에 모아지고 있다. CJ그룹은 그 해 12월 ㈜CJ의 신규 주식과 CJ제일제당의 주식을 맞바꿨다. 그런데 직전인 11월에 외국인들이 ㈜CJ 주식을 50만주 이상 매도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검찰은 이재현 회장이 당시 보유했던 CJ제일제당 주식을 ㈜CJ 주식과 맞바꿔 지분율을 43% 이상으로 높인 사실 등에 주목하며 그 때 외국인 매도의 실체와 성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한 내국인을 가리키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의 증시작전은 가장 악질적인 범죄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 실제로는 오너 등 비공개 경영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내부자일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동안은 허울뿐인 투자자 등록정보 외엔 금감원조차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없어 범죄가 방치돼왔다. 차제에 치밀한 조사와 일벌백계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