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김경문이 찍은 천생 타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김경문이 찍은 천생 타자

입력
2013.05.27 11:36
0 0

프로야구에 걸출한 '루키'가 등장했다. 데뷔가 다른 선수들보다 늦었을 뿐 일찌감치 준비된 대형 신인이었다.

'공룡 루키' 나성범(24ㆍNC)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나성범은 김경문 NC 감독이 "10년 만에 한번 나올만한 대형 외야수"라고 콕 찍은 기대주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 첫 해인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타격 2관왕은 물론 전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나성범은 올 시즌 개막 이후 한 달 동안 1군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다. 오른 손바닥 수술을 받았던 탓이다. 뒤늦은 1군 데뷔에도 불구하고 나성범은 27일 현재 18경기에 나가 타율 3할1푼6리 3홈런 20타점을 기록 중이다.

나성범이 가세한 '막내 구단' NC의 타선은 5월 들어 월간 팀 타율이 2할8푼5리로 3위까지 올라섰고, 팀 홈런 3위(16개), 타점 1위(109개), 득점 2위(114점)로 물이 올랐다.

나성범은 "아직 모든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평가 받기는 이르다"며 "팀이 점점 정상 궤도에 올라올 때 합류한 것뿐이지 내가 와서 갑자기 잘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은 시작은 전화위복

나성범은 1군 무대를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밟았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손바닥 통증으로 조기 귀국한 뒤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통증에 시달린 부위였다. 누구보다 1군 입성을 기다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동료들이 그라운드를 누빌 때 나성범은 자신과의 싸움인 재활 훈련에 집중했다.

"수술 당시에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왕 할 거 확실히 준비를 해서 올라오자는 마음이었어요. 남들보다 늦었다 해도 조급해하지는 않았어요. 긍정적인 생각만 했습니다."

나성범은 재활 기간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그 결과 근육량이 증가해 몸이 지난해보다 두꺼워졌다. "아무래도 시즌 때는 실전 위주라서 웨이트를 할 시간이 적기 때문에 시간 있을 때 많은 훈련을 했어요." 재활도 재활이지만 4월 한 달간 팀이 고전하는 것을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한번은 홈 팬들의 열기를 직접 느끼기 위해 표를 구매한 다음 외야석에서 몰래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상대 투수 중 가장 인상적인 투수는 니퍼트

1군과 2군의 실력 차는 크다. 2군에서 펄펄 날다가도 1군에 오면 죽을 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나성범의 활약 여부도 반신반의였다. 그러나 나성범은 진짜 실력파였다. 지난 7일 한화 데뷔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분위기 적응에 만족했지만 이튿날 1군에서 나온 안타 2개를 모두 홈런으로 터뜨리는 괴력을 뽐냈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처음 선발 출전했을 당시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안타 2개를 모두 홈런으로 쳐서 기쁘긴 했지만 팀이 패해서 아쉬움이 컸죠. 1호 홈런 공은 아버지, 2호 홈런 공은 어머니에게 드리려고 했는데 1호 홈런 공 밖에 못 받았어요. 홈런 기념구는 광주 집에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1군과 2군의 차이는 크다. 1군은 관중이 가득 찬 경기장에서 주로 야간 경기를 하는 반면 2군은 땡볕에서 관중 없이 야구만 한다. 투수들의 구위나 제구력, 변화구 구사 능력 등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그러나 나성범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집중력의 차이라고 봐요. 1군이나 2군 선수들 모두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죠. 아무래도 2군에서는 외국인 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없어 낯설게 느껴졌어요. 지금까지 상대한 투수 중 니퍼트(두산)의 공이 치기 어려웠어요. 큰 키에서 내리 꽂는 직구에 체인지업까지 곁들이니 힘들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오승환(삼성) 선배의 공도 타석에서 느껴보고 싶어요."

감독님 인기 능가,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성범은 NC가 팀을 대표하는 얼굴로 키우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재활 훈련 영상을 구단 공식 트위터에 소개함은 물론 멀티 홈런을 쏘아 올릴 때 'Hello, Mr. Bum's Bomb(폭탄)' 문구를 띄웠다. NC 투수 이재학은 "마산에서 인기는 (나)성범이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지만 정작 나성범은 "그렇지 않아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NC 구단 홈페이지에는 선수단 전체 사진을 올려놓고 개인 팬을 모집한다. 27일 현재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이는 선수가 아닌 사령탑이다. 김경문 감독이 765명으로 가장 많고, 나성범이 619명으로 뒤를 이었다. NC 관계자에 따르면 사인볼도 김 감독의 사인볼이 가장 잘 팔린다.

나성범은 올해 첫 선을 보인 반면 김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쾌거를 이룬 '국민 감독'이다. 아직 나성범의 대중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독님의 인기를 따라잡는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럴 날도 오지 않을까요. 저는 현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나성범은 이제 갓 알에서 깨어난 공룡이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들뜰 수도 있지만 나성범은 이와 거리가 멀다. 야구밖?모르는 '모범생'이다. 올해보다 내년, 그리고 5년 이후가 더 기대되는 나성범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