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론가 홍정선"작가·평론가 출판사에 예속… 고용원·홍보요원처럼 전락문학 위기 말할 존재 사라져"● 평론가·수필가 난판"젊은이들 인터넷 소설 열광… 노벨상 모옌 존재 자체도 몰라문화 전체가 저하 불가피"
'문학의 위기'는 더 이상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한국에만 있는 현상도 아니다. 지난해 소설가 모옌(莫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존재감을 알린 중국 문학 역시 상업주의와 인터넷 대중소설의 범람으로 사면초가 신세다. 26, 27일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린 제7차 한중작가회의는 위기에 선 문학을 진단하는 자리였다.
개막식에서 기조 발제를 한 중국 평론가 난판(南帆ㆍ56)의 비판에는 날이 서 있었다. 그는 "중국 문학계에서는 명성과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베스트셀러)순위가 조작 되고 있다"며 "작가들의 인세 수입 경쟁, 에 나오는 36개 별자리에 따라 작가를 자리매김 하거나 토너먼트식 대결을 통한 순위 매기기가 횡행한다"고 말했다. 수필 '신해년의 총소리'로 루쉰문학상을 받은 작가이기도 한 난판과 한중작가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홍정선(60) 인하대 교수가 양국 문학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대담을 나눴다.
-상업주의 문학이 성행하면서 한중 문단에서 많은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홍정선=2000년대를 기점으로 한국 작가들은 '내 작품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내면적인 자기 제어 보다 '얼마나 많이 팔렸는가'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듯 하다. '많이 팔리고 대중들의 인기만 끌면 된다'는 인식이 최근 불거진 출판사 사재기 사건 같은 추문을 만들어냈다. 중국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난판=1990년대 이후 중국 문학은 급격히 상업화했다. 베스트셀러 순위로 작가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으면서 작가들이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작품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중매체들이 작가 인세를 기준으로 랭킹을 발표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데만 집중하면서 나쁜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한때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그 말 조차 쓰지 않는다.
홍정선=위기에 처한 문학은 예술성을 가진 본격 문학에 해당할 뿐 대중문학은 오히려 번성한 것이 첫째 이유다. 이런 현상에 문학적 감수성을 요구하는 좋은 작품을 쓰던 소수의 사람들은 위기를 느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며 묻혔다. 둘째로 한국문학의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고 반성해야 하는 작가와 평론가들이 각각 출판사에 고용된 고용인과 홍보 요원이 되면서 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 자체가 소멸됐다. 현재 한국 문학계는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축소되어 있다.
난판=중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중국은 소설 분량이 보통 20만~100만자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는 분량이 무려 500만자에 달하는 '거형(巨形)소설'이 판을 친다. 하루에 몇 만자씩 써 내려가는 인터넷 소설에 젊은 층은 열광한다. 반면 모옌의 경우 다수의 젊은 중국인들이 존재 자체를 모를 정도다. 이런 상황이 만연될 경우 전체 민족문화가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작가와 평론가가 이런 상황을 깨트려야 한다. 순수문학이 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결국 독자가 피해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홍정선=최근 사재기 문제가 불거진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상습적으로 사재기를 해온 출판사로 벌금도 여러 차례 냈지만 많은 계약금을 주니 작가들이 몰렸다. 황석영씨의 경우도 상당한 계약금을 받았을 것이다. '어떤 작품보다 많이 팔리고 싶다'는 생각을 작가 스스로 한 적이 없었는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작가들이 진지한 고민과 판단이 있어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난판=작가 개인적인 양심과 사회적인 윤리 의식을 키워 나가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체계적으로 우수한 작가를 육성하고 이들의 작품을 보급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순수문학의 독자층을 넓혀야 한다. 대학교육 과정부터 순수문학을 가르치고 이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중 양국 문학의 앞날은.
홍정선=중국문학은 사회문제나 모순을 비판하는데 있어 아직까지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한국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속화ㆍ대중화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난판=한류를 통해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에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한국 고급문화는 잘 알지 못한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작가회의에 참석하기 전까지 한국문학에 대해 나도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문학은 뭐랄까 반항적이고 저항의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
샤먼=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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