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두 여배우의 동성애에 칸이 흠뻑 빠져들었다.
제 66회 칸 국제영화제가 26일 오후(현지시간) 튀니지계 프랑스 감독인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에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여하며 막을 내렸다. 한국영화는 올해 장편 경쟁 부문에 한 편도 진출하지 못했지만 문병곤(30)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 경쟁 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 체면치레를 했다.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는 젊은 두 여성의 동성애를 그린 영화다. 레아 세이두와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가 주연을 맡아 뜨거운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관능적으로 연기했다. 단순한 동성애를 넘어 보편적인 사랑과 욕망, 관계 등을 담은 이 영화는 15분에 이르는 파격적인 성애 장면이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작품은 현지에서 압도적인 호평을 이끌어 내면서 일찌감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다. 영화제 막바지인 23일 공식 상영된 뒤 찬사가 줄을 이었고, 영화 전문지들은 일제히 높은 평점을 쏟아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두 주연 배우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두 여배우가 뿜어내는 생명력과 에너지, 섬세한 감정의 결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관객을 매혹시켰다.
심사위원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는 동성애를 다루기도 하지만 깊은 사랑과 이별을 느끼게 해주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라고 극찬하며 "주연 두 배우의 공이 컸다. 이 상은 감독과 배우가 똑같이 영광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케시시 감독은 배우로 활동하다 2000년 감독으로 데뷔, '생선 쿠스쿠스' '검은 비너스' 등을 연출했고, 제67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기회균등상을 받기도 했다. 칸 영화제 사상 첫 아프리카 태생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된 그는"이 영화를 만드는 오랜 시간 동안 프랑스 젊은이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 정신은 나에게 자유를 가르쳐줬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 대상엔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감독상은 '헬리'를 만든 멕시코 감독 아마트 에스칼란테가 받았다.
영화제 초반 아시아 영화의 강세를 이끌었던 일본과 중국도 본상 하나씩을 챙겼다. 뒤바뀐 자식을 둔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라이크 파더, 라이크 선'이 심사위원상을, 폭력을 통해 중국의 현대화를 날카롭게 성찰한 중국 감독 지아장커의 '어 터치 오브 신'이 각본상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는 캄보디아 출신 리티 판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더 미싱 픽처'가 대상을, 팔레스타인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의 '오마르'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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