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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계속 일하고 싶다] <하> 시간제 일자리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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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계속 일하고 싶다] <하> 시간제 일자리 늘려라

입력
2013.05.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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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에 사는 장춘옥(37)씨는 자녀가 15개월 되던 지난해 5월부터 한 금융마케팅업체에서 시간제 전화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오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다가 오후 2시까지 출근, 4시간 동안 일한 후 퇴근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이가 아프거나 집에 일이 생겼을 때 출근하느라 발을 동동 구를 일이 없다는 게 가장 좋다. 짧은 시간 일하지만 4대 보험과 퇴직금, 연차 휴가까지 보장받는 정규직인데다 자리가 나면 전일제로 옮길 수도 있다.

다만 급여는 아쉽다. 하루 4시간씩 주5일 일하고 월 56만원을 받는다. 실적을 많이 내면 70만원 안팎을 받기도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장씨는 "육아를 생각하면 시간제로 일해야 하지만 급여 때문에 전일제로 옮기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력단절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전일제 중심의 경직적인 노동시간이다. 아이가 생기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그만둘지 다닐지를 택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길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주당 근로시간은 41.7시간으로, 시간제 일자리가 잘 발달한 네덜란드(24.5시간)보다 17.2시간이나 더 오래 일한다. 특히 육아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필요한 때인 30대의 근로시간은 월 176.5시간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길다. 결국 30대 여성들은 일을 포기해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고용률까지 올릴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지만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제 일자리는 저숙련 저임금에 임시직 위주의 '나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임금근로자의 10.3%(약 183만명)가 시간제 근로자인데 약 85%가 30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일하며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만 집중돼 있다. 고학력 전문직의 경우 맞는 일조차 찾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기존 전일제 일자리를 시간제로 줄였다가 다시 전일제로 돌아올 수 방식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일제로 일하는 모든 근로자가 시간제로 전환이나 역전환을 요청할 수 있고, 임금과 등 기타 처우가 전일제와 거의 비슷하며 시간제 근로자의 70~80%가 정규직이다. 영국도 중앙공무원 중 고위관료의 7.4%, 중간간부 및 전문직 17.2%가 시간제일 정도로 숙련직과 전문직까지 시간제 일자리가 퍼져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정부의 시간제 근로자는 전체 직원의 53.5%에 달한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나쁜 시간제 일자리'를 더 만들면 노동시장 양극화만 부추기기 때문에 기존의 정규직 전일제를 시간제로 전환하는 체제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먼저 시작해 민간으로까지 퍼져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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